SK하이닉스-네이버클라우드 ‘제2의 HBM’ 협력… AI 메모리 시장 패권 전쟁 가속화

SK하이닉스-네이버클라우드 ‘제2의 HBM’ 협력… AI 메모리 시장 패권 전쟁 가속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핵심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과 손잡고 ‘제2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으로 불리는 차세대 AI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 나서며, 국내 IT 생태계의 협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9월 9일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과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실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AI 솔루션 제품의 성능 평가와 최적화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이는 단순한 공급업체-고객 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AI 메모리 기술의 실용적 검증과 상용화 가속화를 목표로 한다.

HBM 시장 선도하는 SK하이닉스의 성과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경쟁력은 이미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1분기 매출액 기준 36%의 점유율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 세계 D램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HBM의 수익성이다. HBM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출하량의 14%에 불과하지만, D램 매출의 44%와 영업이익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산과 직결된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고성능 GPU와 함께 작동하는 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HBM과 같은 특수 메모리가 필수적이며, 이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배경이다.

2025년 투자 확대와 차세대 기술 개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AI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模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D램 투자는 전년 대비 54% 증가하고, 낸드플래시 투자도 1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팹을 11월 준공할 예정이며, 총 설계 용량 90K 규모로 2026년 램프업이 본격화되면 HBM4 수요 대응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HBM에 적용해 방열성과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최근에는 베이스다이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한 HBM4 샘플도 공개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FMS 2025에서 AI 시대를 위한 메모리·스토리지 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Generative AI에서 Agentic AI, Physical AI로의 진화에 따른 메모리 인프라 변화를 강조했다.

글로벌 AI 생태계에서의 한국의 위치

CES 2025와 Intel AI Summit Seoul 2025 등 주요 국제 행사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AI 기술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AI 사업 비전을 발표하며, 한국이 AI 산업 경쟁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SK 최태원 회장은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AI 기술 개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AI 분야 세계 3위를 현실 가능한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은 “미국, 중국을 제외하면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나라들이 많지 않다.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도 있지만,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미래 전망과 과제

AI 메모리 시장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구조적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관세 충격, 중국의 반도체 증설, 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고부가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26년 메모리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는 긍정적 신호다.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삼성전자의 종합 반도체 솔루션, 그리고 네이버클라우드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협력 모델은 한국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 혁신과 생태계 협력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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