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명 별세, 생존자 5명…한국 사회가 기록·돌봄·역사교육에서 다시 확인할 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명 별세, 생존자 5명…한국 사회가 기록·돌봄·역사교육에서 다시 확인할 과제

생존자 5명이라는 숫자가 던진 사회적 질문

2026년 3월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명이 별세해 정부 등록 생존 피해자는 5명으로 줄었다. 이날 전해진 소식은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붙들어 온 역사 정의와 인권의 문제가 이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생존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현실은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당장 오늘의 행정, 교육, 기록 정책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 됐다.

이 사안이 사회 뉴스로서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위안부 문제는 외교 현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 복지, 고령자 돌봄, 국가기록 보존, 시민사회 기억 공동체와 직접 맞닿아 있는 한국 사회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존자가 5명이라는 수치는 시간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피해 당사자의 육성 증언을 직접 듣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더 무거운 지점은, 피해자 한 사람의 별세가 곧 증언의 공백과 자료 해석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생존 피해자들의 공개 증언, 수요시위, 교육 현장, 각종 전시와 연구를 통해 역사를 살아 있는 현재 문제로 다뤄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당사자가 말하는 역사’에서 ‘기록이 말하도록 만드는 역사’로 중심축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 변화에 준비돼 있는지 묻는 것이 오늘 이 뉴스의 핵심이다.

증언의 시대에서 기록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계기 가운데 하나로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자주 언급된다. 그 이후 피해자의 육성은 역사 왜곡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근거였고, 시민들이 문제를 체감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였다. 법정 진술, 기자회견, 증언집, 영상 기록은 단지 자료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인권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존자가 5명만 남은 현재, 증언의 생산은 더는 과거와 같은 속도로 이어질 수 없다. 남아 있는 과제는 이미 축적된 자료를 얼마나 정교하게 정리하고, 어떻게 공공 아카이브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왜곡 없이 활용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기록의 분산, 디지털 보존 체계의 편차, 기관 간 중복 관리 문제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전환은 단순한 보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발화가 줄어드는 시기일수록 기록의 맥락 설명이 중요해진다. 어떤 증언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자료의 원본성과 해석 가능성은 어떠한지, 국제 인권 규범과 한국 현대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함께 설명되지 않으면 기록은 단편적인 정보로 소비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기록 사업은 수집보다 해설, 보관보다 접근성, 보존보다 교육 연계까지 포함하는 종합 체계로 설계돼야 한다.

고령 피해자 지원은 역사 문제이면서 복지 문제다

이번 별세 소식은 또 다른 차원에서 초고령 피해자 지원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생존 피해자들은 대부분 매우 고령이어서 건강 관리, 일상 돌봄, 정서 지원, 의료 접근성, 장례와 추모 지원까지 촘촘한 공적 체계가 필요하다. 위안부 문제를 오직 역사 인식이나 외교 갈등의 틀로만 볼 경우, 정작 현재 살아 있는 피해자들이 어떤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는 뒤로 밀릴 수 있다.

사회복지 관점에서 보면, 이 사안은 국가가 특정한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존엄한 노년을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생활 지원의 수준 자체뿐 아니라, 피해 경험을 고려한 트라우마 민감 접근이 가능한지,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충분히 연계되는지, 개인 의사를 존중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피해자 수가 줄어들수록 행정 대상자는 감소하지만, 오히려 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의 밀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남은 생존자 지원을 ‘잔여 업무’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마지막 단계일수록 더 세밀한 돌봄과 기록 연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강 악화로 대외 활동이 어려워진 피해자가 있더라도, 그분의 기존 증언과 삶의 궤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복지와 기록 보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당사자의 삶을 온전히 지원하는 일은 곧 역사적 책임을 현재형으로 수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역사교육은 추모를 넘어 사실 검증 능력까지 가야 한다

생존 피해자가 줄어드는 현실은 학교와 지역사회 역사교육의 방식도 바꾸게 만든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피해자 강연을 직접 듣거나 관련 전시를 보며 문제를 체감하는 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그러한 직접 만남의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교육은 더 정교한 자료 읽기와 사료 검증, 인권 감수성 교육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왜곡 정보나 맥락 없는 주장들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당사자의 직접 증언이 줄어드는 시기일수록 학생과 시민이 기록의 출처를 확인하고, 허위 정보와 사실 기반 서술을 구분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는 단지 역사 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시민교육, 민주주의 교육과도 연결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피해자 서사를 비극의 반복 소비로만 다루지 않는 균형도 필요하다. 고통의 사실을 숨기지 않되, 이를 국제 인권, 전시 성폭력, 여성 인권, 국가 책임, 사과와 배상의 기준 같은 보편적 문제의식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은 과거 사건을 암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재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지까지 생각할 수 있다. 생존자 감소는 교육 축소의 이유가 아니라 교육 정교화의 계기여야 한다.

시민사회와 공공기관, 기억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의 기억은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컸다. 정기 집회, 추모 행사, 전시, 기록 출판, 지역 기념사업 등이 문제를 공적 의제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한 반복 행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존자들이 점차 우리 곁을 떠나는 상황에서 기억의 전달 방식은 더 넓은 세대와 더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도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추모 사업, 박물관과 기록관의 상설 전시, 디지털 아카이브의 대중 접근성 강화, 청소년 대상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은 각 기관이 구체적으로 맡을 수 있는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기념사업이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자료의 신뢰성과 설명력,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가 하는 점이다.

시민사회 역시 세대교체를 고민할 시점이다. 위안부 문제를 기억해 온 세대와 처음 접하는 세대의 경험은 다르다. 젊은 세대에게는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인권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지 과거를 잊지 말자는 호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이 문제가 지금도 중요한지, 여성과 전쟁, 폭력과 국가 책임, 허위 정보와 기억 정치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설명해야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

남은 과제는 외교 수사가 아니라 국내 시스템의 정비다

위안부 문제는 종종 한일 관계의 틀에서만 소비되지만, 이번 소식이 한국 사회에 직접 던지는 과제는 국내 시스템 정비에 더 가깝다. 남은 생존자 지원을 어떻게 지속할지, 축적된 기록을 어디서 어떻게 보존할지, 교육과 추모를 어떤 기준으로 운영할지, 왜곡 정보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같은 문제는 모두 한국 내부의 정책 역량과 연결돼 있다. 외교적 긴장과 별개로, 내부 시스템은 지금 당장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분산된 기억 자산의 통합적 관리다. 관련 자료가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연구기관, 박물관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접근성과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표준화된 메타데이터, 장기 보존 규격, 공개 범위 기준, 교육 활용 지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향후 연구자와 학생, 일반 시민이 같은 사실 기반 위에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추모의 언어를 현재의 정책 언어와 연결하는 일이다. 애도와 기념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아 있는 생존자에게 필요한 복지와 의료 지원, 사후 기록 보존, 세대 간 교육 전달,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까지 제도화돼야 비로소 책임이 이어진다. 이번 별세 소식이 한국 사회에 남기는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이제는 기억의 의지를 시스템으로 바꾸는 일이 남았다.

독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변화의 방향

이번 사안을 단순히 안타까운 부고로만 소비하면 중요한 본질을 놓치게 된다. 생존자 5명이라는 숫자는 곧 한국 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사람이 있는 기억’에서 ‘제도가 떠받치는 기억’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감정적 반응을 넘어, 정부와 지자체, 교육기관, 시민사회가 실제로 어떤 보존·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다.

향후에는 남은 생존자 지원 현황, 기록물 관리 정책, 학교 교육 콘텐츠 개편, 지역별 추모 사업의 지속성 등이 중요한 점검 항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숫자가 더 줄어들기 전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남겨진 자료를 누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따라 사회의 기억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록이 있어도 해석과 교육이 부실하면 역사 인식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뉴스가 남긴 가장 큰 의미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전환이다. 당사자의 증언이 한국 사회를 움직여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증언을 훼손 없이 계승하는 제도가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게 된다. 오늘 독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비극의 반복된 호명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 짧아진 만큼 어떤 공적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장치가 다음 세대의 역사 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