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엔비디아와 캐나다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로부터 100억달러(약 14조6천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서 밝혔다.
이 의장은 “엔비디아와 브룩필드가 네이버에 100억달러라는 큰 금액을 투자하게 됐다”며 “네이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데이터센터 규모가 세 배로
투자가 향하는 곳은 세종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다.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의 초기 구축 규모가 55㎿에서 200㎿로 늘어난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0만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네이버는 이를 1GW까지 늘려 한국을 대표하는 AI 컴퓨팅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자금 구조는 둘로 나뉜다. 엔비디아가 10억달러를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브룩필드가 독점 자본 파트너로 최대 90억달러를 조달한다. 나머지는 네이버가 투입한다. 다만 엔비디아의 투자 계획은 통상적인 거래 종결 조건이 충족되고 네이버가 별도로 최소 90억달러 규모의 확정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설비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과 블랙웰이 도입된다. 브룩필드와는 기가와트급 AI 팩토리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냉각 설비 등 인프라와 공급망을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해진이 지목한 확장의 병목
이 의장은 이번 투자의 의미를 자금 규모보다 확장 능력에서 찾았다. 그는 “네이버가 안고 있던 어려움은 축적한 지식과 운영 노하우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었다”며 “두 회사의 자본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와 네트워크가 네이버의 노하우를 스케일업(확장)하는 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지난 30년간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사이에서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클라우드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운영해 왔고, 이들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직접 설계·구축하며 관련 기술과 운영 경험을 축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별도 발표에서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와 브룩필드와의 인프라 공급 계약으로 AI 팩토리 사업에 대한 네이버의 비전이 강력한 실행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AI가 한두 집단에 몰리는 것을 경계하다
이 의장은 AI 기술과 서비스가 일부 글로벌 빅테크에 집중되는 현상에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네이버가 꿈꾸는 인터넷 세상은 인터넷과 AI가 한두 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조종되는 세상이 아니다”라며 “세계의 다양성을 지키려면 국가와 집단, 개인마다 여러 AI가 나타나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꿈을 가진 세계 기업들과 협력해 다양한 AI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AI 팩토리는 지능의 시대에 국가가 경쟁하고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어진 기가와트급 투자
이날 발표는 네이버 한 곳에 그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앤트로픽과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하고, 삼성SDS는 앤트로픽과 기업용 AI 사업 협력을 확대한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들은 약 5GW 규모의 전력 용량과 엔비디아 B200 기준 GPU 약 200만장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협력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AI의 강점과 빈틈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앞서 있다.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1위, 삼성전자가 21%로 2위였고 두 회사를 합치면 79%에 이른다.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등록 건수는 14.31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이며,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AI 인덱스 2026에서 한국이 개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는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반면 GPU와 AI 컴퓨팅 인프라,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미국 빅테크와 격차가 남아 있다. 국산 AI 모델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LG AI연구원 엑사원, SK텔레콤 A.X K1, 카카오 카나나, 업스테이지 솔라 등이 꼽힌다.
남은 과제는 전력과 인허가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쓰고 고성능 서버의 열을 식힐 냉각 설비까지 필요하다. 수도권 전력망 부족과 부지 확보,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용수 공급, 지역 주민 수용성이 건설의 걸림돌로 꼽힌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과 AI 데이터센터 확충, 국산 AI반도체의 초기 시장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의 현장 확산, AI 기본법의 안정적인 정착이 후속 과제로 거론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 오픈 모델 네모트론3 울트라를 기반으로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고, 국내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 네모트론 연합에 참여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국내에 출시하고, 자체 공간 데이터를 활용한 서울 월드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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