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전여빈의 ‘혹하는 로맨스’, 어른 연애로 그리는 ENA의 새 로코

정경호·전여빈의 ‘혹하는 로맨스’, 어른 연애로 그리는 ENA의 새 로코

어른의 감정을 전면에 세운 새 로맨틱 코미디

연합뉴스에 따르면 ENA는 15일 새 드라마 혹하는 로맨스에 배우 정경호와 전여빈, 최대훈과 강말금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방영을 예고한 이 작품은 오늘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또렷하게 눈길을 끄는 새 캐스팅 소식 가운데 하나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내세우는 중심축은 ‘어른들의 사랑’이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조기 갱년기에 접어든 스타 앵커 나이준과, 시청률만 오른다면 가십성 뉴스도 마다하지 않는 작가 서해윤이 시청률 꼴찌 방송을 살리려다 서로의 연애 세포까지 다시 깨우는 과정이다. 단순한 첫사랑 서사나 청춘 로맨스가 아니라, 이미 각자의 삶의 속도와 직업적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 감정의 변화를 맞는다는 점이 분명하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유 중 하나는 장르의 익숙함 속에서도 인물의 결을 섬세하게 바꿔 보여주는 힘에 있다. 혹하는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친숙한 형식을 택하면서도, 그 안을 채우는 정서는 보다 성숙한 관계의 리듬으로 조율하려는 작품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청자에게도 이 설정은 ‘가벼운 웃음’과 ‘현실적인 감정’이 함께 가는 한국형 로맨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다.

정경호와 전여빈, 상반된 결의 만남

이번 캐스팅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는 지점은 정경호와 전여빈의 조합이다. 정경호가 연기하는 나이준은 스타 앵커라는 화려한 직함을 지녔지만, 조기 갱년기에 접어든 인물로 설정돼 있다. 겉으로는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균열과 피로를 안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드는 장치다.

전여빈이 맡는 서해윤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가십성 뉴스도 마다하지 않는 작가다. 이 인물은 단지 사랑의 상대역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성패와 현실적 생존을 동시에 끌어안고 움직이는 사람으로 보인다. 감정의 설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직업인의 판단과 욕망이 서사에 개입한다는 뜻이다.

두 인물의 충돌은 그래서 단순한 성격 차이보다 더 넓은 층위를 가진다. 한 사람은 방송의 얼굴인 앵커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방송의 내용을 밀어 올리는 작가다. 한 사람은 이미 드러난 피로를 안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성과를 위해 주저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다. 이 대비는 로맨스의 기본 동력을 만들면서도, 한국 방송 현장을 배경으로 한 직업 드라마의 긴장감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시청률 꼴찌 방송이라는 무대가 주는 현실감

혹하는 로맨스의 설정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시청률 꼴찌 방송을 살리려다’라는 대목이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를 공중에 띄우지 않고, 매우 구체적인 업무 현장 위에 올려놓는다. 시청률이라는 냉정한 숫자는 인물들의 선택을 압박하고, 그 압박은 감정선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한다.

서해윤이 가십성 뉴스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소개된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는 방송이 공공성과 흥행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오래된 고민을 인물의 성격 안으로 끌어들인 설정이다. 작품이 이 긴장을 어떤 톤으로 풀어낼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사랑이 단독 주제가 아니라 일과 생존, 성과와 윤리의 문제와 함께 흘러갈 것이라는 방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이준이 스타 앵커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방송의 전면에 서는 인물은 늘 이미지 관리와 자기 통제의 압력을 받는다. 그가 조기 갱년기에 접어든 상태라는 설정과 만나면, 이 캐릭터는 성공한 얼굴 뒤에서 흔들리는 중년의 감정과 몸의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 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웃음이 보다 현실적인 공감으로 이어질 여지가 여기서 생긴다.

40대 로맨스를 확장하는 최대훈과 강말금

이 작품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주연 커플만으로 사랑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대훈과 강말금은 각자 이혼을 겪은 ‘돌싱’, 즉 한 차례 결혼 생활을 마치고 다시 혼자가 된 인물들로 등장해 40대의 로맨스를 그린다. 이는 드라마가 사랑을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로 다루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최대훈이 맡는 지한수는 나이준의 절친이자 앵커가 꿈이지만 발음 때문에 번번이 미끄러지는 방송기자다. 꿈은 분명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한계에 계속 부딪히는 인물인 셈이다. 이 설정은 서브 캐릭터를 단순한 분위기 환기용이 아니라, 각자의 실패와 미완성을 품은 생활인으로 보이게 만든다.

강말금이 연기하는 허미은은 서해윤이 친언니처럼 따르는 방송작가다. ‘친언니처럼’이라는 설명은 두 인물의 관계가 단순한 직장 동료를 넘어선 정서적 연결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메인 로맨스와 병렬로 놓일 40대의 관계가 작품 전체의 체온을 높인다면, 이 드라마는 세대별 사랑의 감각을 한 작품 안에서 병치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제작진 구성이 보여주는 방향성

연출은 드라마 대행사를 만든 이창민 감독이 맡고, 극본은 신예 이레 작가가 쓴다. 이미 잘 알려진 연출자와 새로운 필력의 작가가 만나는 조합은 산업적으로도 자주 주목받는 방식이다. 검증된 연출의 안정감과 신인의 감각이 만날 때, 익숙한 장르가 신선한 리듬을 얻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방송국이라는 공간과 성숙한 연애라는 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런 설정은 대사의 호흡, 인물 간 거리감, 직업적 긴장과 사적인 감정의 균형이 모두 중요하다. 연출과 극본이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면 가벼운 소동극이 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무거운 감정극이 될 수 있는데, 현재 공개된 정보만 놓고 보면 제작진은 그 중간 지점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예 작가의 참여 역시 눈에 띈다. 새로운 작가는 종종 익숙한 장르를 새로운 시선으로 재배치하는 역할을 맡는다. 물론 작품의 최종 완성도는 방영 이후에야 판단할 수 있지만, 최소한 기획 단계에서 혹하는 로맨스는 관습적인 청춘물의 문법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중년의 몸과 감정, 커리어의 압박, 재출발의 두려움을 한데 엮으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왜 지금 이 드라마가 주목되는가

오늘 공개된 캐스팅 소식이 의미를 갖는 까닭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로맨스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인 장르이지만, 누가 사랑하고 어떤 삶의 자리에서 사랑하는지를 바꾸는 순간 전혀 다른 결이 만들어진다. 혹하는 로맨스는 그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ENA는 이 작품을 내년 상반기 방영하는 새 드라마로 소개했다. 공개 시점이 아직 남아 있음에도 오늘 캐스팅 발표가 바로 주목받는 것은, 정경호와 전여빈이라는 조합 자체의 신선함도 있지만, ‘어른 연애’와 ‘방송국 배경’이라는 두 축이 시장 안에서 비교적 선명한 차별점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훈과 강말금이 더하는 40대 로맨스는 작품의 정서를 한층 넓혀 줄 가능성이 있다.

해외 독자에게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설정보다도 지금의 삶과 나이를 끌어안은 인물들이 사랑과 일을 함께 통과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의 다음 로맨스를 찾고 있다면, 혹하는 로맨스는 ‘누가 사랑하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삶이 사랑을 다시 배우는가’를 보여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출처

· 정경호·전여빈의 어른 연애…'혹하는 로맨스' 내년 첫선 (연합뉴스)

· "한국의 지브리 팬들 꼭 만나자"…OST 원곡 가수들 첫 내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