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SK하이닉스가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2025년 9월, SK하이닉스는 고객 주문에 따라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신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하며, 파운드리와 유사한 수탁 생산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차세대 AI 생산 거점으로 부상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 415만 제곱미터 부지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이곳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최첨단 팹 4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업체 약 50개사와 함께 반도체 협력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용인 클러스터의 핵심은 AI 반도체 패키징 전문성 확보다.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집중해온 SK하이닉스가 후공정인 패키징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AI 시대의 복잡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 전략이다.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과 같은 고성능 AI 메모리는 정교한 패키징 기술이 생존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HBM4 선점으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 HBM 물량이 이미 매진된 상태이며, 2025년 말 차세대 HBM4 제품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엔비디아 HBM3E 공급 승인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 글로벌 DRAM 투자가 전년 대비 54% 증가하고, NAND 플래시 투자도 1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투자 증가의 주요 동력은 바로 AI 반도체 수요 폭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작년 4월 청주캠퍼스에 6만 3천 평 규모의 복층 팹 M15X 신규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M15X는 올해 11월 완공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 시설이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 P4 공장이 차세대 D1c DRAM 전환 투자를 가속화하며 HBM4 양산을 위한 선제적 캐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M15X 가동은 시장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서 한국 반도체의 위상 강화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패키징 신사업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AI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패키징, 테스트, 시스템 통합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통신 3사와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내 수요와 함께 SK하이닉스의 패키징 역량 확보는 한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패키징 신사업은 메모리 제조부터 최종 제품 완성까지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며 “이는 AI 시대에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과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행보는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과 패키징 신사업 진출이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