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인프라 구축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SK텔레콤과 글로벌 클라우드 1위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9월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총 투자 규모 7조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는 수도권에 집중된 국내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전망이다.
8월 29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기공식에는 최창원 SK수펙스추진위원회 위원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 김두겸 울산시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대한민국 AI 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탄생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3만6000㎡(약 1만1000평) 부지에 조성될 이번 데이터센터는 한국 최초의 100MW급 GPU 전용 시설이다. AWS가 약 5조4000억원(40억 달러)를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는 1단계로 2027년 11월까지 41MW 규모를 완공하고, 2029년 2월까지 103MW 전체 용량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약 6만 개의 고성능 GPU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국내 전체 GPU 용량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로, 한국의 AI 연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1기가와트(GW) 규모까지 확장할 계획이어서, 완성 시 100조원 이상의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거대 허브로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가 울산에 위치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SK케미칼의 열병합발전소를 통한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SK가스의 액화천연가스 시설에서 냉열을 활용해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다와 인접해 자연 냉각 시스템 구축이 유리하며, 울산시가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82.1%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지역 분산의 선도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산을 넘어 국가 재난 대응 능력 향상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직간접 일자리는 최대 7만8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울산시는 이를 계기로 AI 특화 도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도 이번 프로젝트를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다면,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AI 시대 한국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는 관련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시설 구축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략적 거점이 될 것”이라며 “AW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IT 산업사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의 협력으로 탄생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가, 한국을 AI 시대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