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서 34세 청년 중 5.2%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발표됐다. 이는 2년 전 조사 결과인 2.4%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5년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8.6%가 고립·은둔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39.7%는 재고립·은둔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세에서 24세 청소년 조사에서는 참여자 10명 중 3명이 고립·은둔 상태를 경험했다고 응답해 저연령층의 사회적 고립 현상이 더욱 심각함을 드러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역설적 고립
흥미롭게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가장 친숙한 세대인 청년층에서 고립·은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역설’이라고 분석한다. 온라인에서는 활발하게 소통하지만 실제 대면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경험한 청년들은 동기나 선후배와의 인간관계 형성 기회를 잃었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도 비대면 면접과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직장 내 인간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압박감이 주요 원인
청년층의 고립·은둔 증가 배경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압박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주거비 부담, 그리고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계층 간 격차에 대한 좌절감이 청년들을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김○○ 교수는 “청년들이 경험하는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 관계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들은 고립·은둔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32.1%), ‘대인관계 어려움'(28.7%), ‘정신건강 문제'(24.3%) 등을 꼽았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청년들은 취업 실패나 직장 내 적응 실패를 경험한 후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고립·은둔을 경험한 청년 중 39.7%가 재고립·은둔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 번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청년들이 다시 고립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초기 개입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한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상자 발굴과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들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능동적인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정책연구원의 박○○ 연구위원은 “청년 고립·은둔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함께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단계적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고립·은둔 예방 및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고립·은둔 청년 발굴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맞춤형 상담 및 치료 서비스 제공, 사회복귀를 위한 단계별 프로그램 운영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주거 지원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상담 서비스 확대 등도 함께 추진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