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부터 시작된 의료진 집단행동이 1년 반 이상 지속되면서 전국 응급실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심화되면서 응급실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뺑뺑이’ 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00개 병원에서 인턴·전공의 1만 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전체 전공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9,300명이 병원을 떠나면서 주요 병원들은 수술을 50% 감축하고 있다.
응급실 대란 심화, 환자 사망 사례 속출
응급의료 서비스의 재이송 사례가 2023년 635건에서 2024년 720건으로 약 13% 증가했다. ‘병상 부족’으로 인한 재이송 사례가 1년 만에 거의 100건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심각한 인명피해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콘크리트 사고를 당한 60대 남성이 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후 사망했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이 의사 부족으로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거부당한 후 결국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또한 모야모야병을 앓던 16세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6시간 후에야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의료 대란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약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작년 2월부터 6개월간 3,136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했으며, 이후에도 6,000~8,000명이 추가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 대책 부족, 현장 의료진 한계 상황
정부는 응급실 대란에 대한 대책으로 수가 인상과 군의관 추가 투입을 제시했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기존 대비 3.5배로 인상하고, 중증·응급수술 수가를 3배로 인상하며, 군의관 235명을 추가로 응급의료 현장에 파견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5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되어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는데 수가 인상이 무슨 소용이냐며 정부의 전형적인 회피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견된 일부 군의관들은 현장 경험과 의료 역량 부족으로 복귀를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광주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맡던 수술 준비, 회진, 수술 후 관리를 모두 떠안게 돼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대학병원 8년 차 간호사는 전공의 파업으로 업무 부담이 증가했고, 중환자 관리와 환자 컴플레인이 늘어나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2월 발표에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지만,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발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 대란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 상반기에도 대부분 대학병원이 전공의 없는 상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어, 의료 대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