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인당 1억원 성과급” 파격 합의… 삼성에 던진 화두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직원 1인당 평균 1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는 파격적인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보상체계 개편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AI 시대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영업이익 10% 성과급, 상한선 완전 폐지

SK하이닉스 노사는 9월 4일 대의원 투표에서 95.4%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2025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핵심 내용은 매년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존 성과급 상한선인 기본급 1000%(연봉의 50%)는 완전히 사라졌다.

새로운 성과급 지급 방식은 당해 연도 산정 금액의 80%를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향후 2년간 매년 10%씩 나누어 지급하는 구조다. 이 기준은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장기적 안정성도 확보했다.

올해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약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만3000여 명의 전체 구성원이 평균 1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대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 지급이다.

AI 반도체 호황이 만든 기회

SK하이닉스의 파격적 결정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주가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16조653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석권하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루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현재 6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칩 기업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단기간 내 변화하기 어려워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기술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SK하이닉스가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이번 성과급 합의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던진 도전장

SK하이닉스의 파격 성과급 합의는 즉시 삼성전자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은 9월 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공식 공문을 보내 “SK하이닉스 수준의 투명한 성과급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고 있으나, 구체적 수치가 임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이 높아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이 0원이 될 수 있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만약 SK하이닉스 방식을 적용한다면 27만 명의 임직원이 평균 1억8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기업 보상체계 개편 도미노 예고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이 국내 대기업들의 보상체계 개편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수 인재 확보가 생존의 열쇠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보상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의 인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연봉 인상을 넘어 성과와 연동된 파격적 보상이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가 업계 표준을 바꾸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임단협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으며, 노동계에서는 “성과를 낸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성과급 경쟁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성과급 제도를 위해서는 기업의 장기적 경영 전략과 재무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파격적 성과급 합의는 국내 대기업 보상체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를 맞아 인재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지금, 다른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