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패권 경쟁 격화,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놓고 격돌

국내 반도체 양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성형 AI와 머신러닝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두 회사는 기술력과 생산능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격, HBM4 수율 급상승으로 시장 재진입

그동안 HBM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삼성전자가 HBM4(6세대 HBM) 수율을 극적으로 개선하며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체제 하에서 삼성전자는 1c DRAM(10나노 6세대) 공정 재설계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HBM4 생산 수율이 30% 미만에서 50-70%까지 급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4 수율 개선은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의미한다”며 “특히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칩 제조사들과의 공급 계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HBM3E의 양산 체제를 완전히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HBM4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나아가 시장 점유율 역전을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집중, AI 메모리 올인 정책

현재 글로벌 HBM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에 전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회사는 CMOS 이미지 센서(CIS) 사업을 정리하고 AI 메모리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시장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K하이닉스는 특히 HBM3와 HBM3E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엔비디아의 H20 칩과 AMD의 MI308 칩에 핵심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의 한 임원은 “AI 시대의 핵심은 메모리 기술이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025년 HBM 물량 협상을 거의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대신증권 류형근 애널리스트는 “HBM 선도 기업들의 내년도 물량 협상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미국 마이크론조차 2026년 HBM 매출에 대해 자신감을 표명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전반의 수급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AI 칩 수요 급증과 지정학적 리스크

HBM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AI 칩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 AI 칩 수출 재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급 재개를 넘어 글로벌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재확인하고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구매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HBM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 중국향 AI 칩 수출이 차단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두 회사는 엔비디아의 H20과 AMD의 MI308에 HBM을 공급하고 있어,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 전망과 시장 동향

전문가들은 AI 업계 버블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AI 추론 생태계 확장 속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AI 초과 수요가 관찰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확장 수요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중화와 함께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HBM 시장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차세대 HBM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국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이 HBM 시장의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 회복과 SK하이닉스의 시장 방어 전략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최종 승자는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가장 잘 충족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쟁은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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