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업계, AI 메모리 시장 재편 가속화…SK하이닉스·삼성전자 전략 차별화

2025년 9월 말 현재, 한국 반도체 업계가 AI 메모리 시장 변화에 따른 전략적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 글로벌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AI 전용 메모리로의 사업 집중화를 선언했으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요구에 맞춰 기술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HBM 독주 체제 강화

SK하이닉스는 9월 26일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36GB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59%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36%, 마이크론이 5%로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서 HBM 물량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SK하이닉스가 2025년 HBM 사업만으로 50조원의 매출과 25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또한 11월 4일 SK AI Summit에서 HBM3E 16단 48GB 제품 개발을 공식 발표하며, 2025년 상반기 중 양산 계획을 밝혔다. 이는 AI 모델의 고도화에 따른 대용량 메모리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기술 혁신으로 시장 재진입 모색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소량의 HBM만을 공급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CES 2025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삼성전자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품질과 기술 측면에서의 개선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AI 특화 메모리 및 스토리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갤럭시 AI의 진화와 연계된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을 통해 스마트폰과 AI 서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한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중국 샤오미에 신제품을 공급하는 등 다각화된 AI 반도체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HBM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AI 투자 비용을 90%까지 절감하면서도 효율적인 AI 서비스 구현에 성공하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HBM 산업을 “기회보다는 위험이 크다”고 평가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감소가 HBM 붐 자체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 수요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메모리 용량 증대보다는 AI 모델의 효율성 개선에 기여하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외에도 리벨리온(Rebellions)과 노타(NOTA) 등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K-팹리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삼성전자 5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2세대 칩 ‘아톰’을 양산하고 있다.

노타는 엔비디아,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최적화 플랫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어,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25년 한국 IT 업계는 AI 인프라 투자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분야로의 완전한 사업 전환을 통해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을 통한 시장 재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도전하는 세레브라스(Cerebras), 그로크(Groq) 등 신흥 AI 반도체 기업들의 등장이 시장 지형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는 기술 혁신과 함께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AI 모델의 효율성 개선과 에너지 절약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단순한 성능 향상보다는 지속가능한 AI 컴퓨팅 환경 구축에 기여하는 기술 개발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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