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파바이러스감염증 제1급 법정감염병 지정, 5년 만의 역사적 변화
질병관리청이 9월 8일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신규 지정하는 고시 개정을 시행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편 및 급수체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제1급감염병을 신규 지정하는 역사적 사례로,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토대로 한 선제적 감염병 관리 강화의 일환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의 제1급감염병 지정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코로나19 경험을 통해 신종감염병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앞으로도 전세계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내 감염병 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WHO 우선순위 병원체에서 국내 법정감염병으로
니파바이러스는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향후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PHEIC)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 후보 중 하나로 선정한 고위험 바이러스다. WHO는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백신·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이번 우리나라의 법정감염병 지정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 신속한 대응으로 평가받는다.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은 파라믹소비리데(Paramyxoviridae)과 헤니파바이러스(Henipavirus)속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1998년 말레이시아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발견 지역명을 따서 ‘니파바이러스’로 명명되었으며, 치명률이 40~75%에 달하는 극도로 위험한 고위험 병원체로 분류된다.
아시아 지역 발생 현황과 국내 유입 위험성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니파바이러스감염증 발생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국내 유입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의 경우 2024년 2명의 환자가 발생해 모두 사망했으며, 2025년에도 4명이 감염돼 2명이 사망했다. 방글라데시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2024년 5명의 환자가 모두 사망했고, 2025년에도 3명이 감염돼 3명 모두 사망하는 등 치명률 100%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와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지역으로, 항공편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검역감염병으로도 동시 지정하여 공항 등 국경 검역소에서의 차단 체계를 강화했다.
니파바이러스는 주로 박쥐에서 돼지나 사람으로 전파되며,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시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뇌염으로 진행하여 의식 저하,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대증 치료만 가능한 상황이다.
의료현장 대응체계 전면 가동
이번 법정감염병 지정으로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진단받은 환자 및 의심자는 즉시 신고, 격리 조치, 접촉자 관리, 역학조사 등의 공중보건 관리 대상이 된다. 전국 의료기관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 의심환자가 내원할 경우 관할 보건소 및 질병관리청 방역통합정보시스템으로 즉시 신고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니파바이러스감염증 진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의심환자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국립보건연구원을 통해 니파바이러스 진단법 개발과 치료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 당국은 특히 최근 14일 이내 니파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방문한 후 발열, 두통,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해외 여행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해당 지역 방문 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날것의 과일이나 야자수액 등의 섭취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의 제1급 법정감염병 지정은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체계가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더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질병관리청은 앞으로도 전 세계 감염병 발생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방역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