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새벽 화재로 일가족 3명 사망… 경찰 “방화 추정” 수사
10일 새벽 대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10대 남매와 어머니 등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4곳의 발화 지점이 발견되면서 방화 추정 사건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3시 35분께 대구시 동구 신천동의 17층 아파트 1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19분 만에 불을 완전히 진압했으나, 이미 집 안에 있던 가족들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숨진 피해자는 13살 남학생 A군과 11살 여학생 B양 남매, 그리고 47세 어머니 C씨로 확인됐다. 구조대원들은 안방에서 10대 남매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고, 어머니는 아파트에서 추락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현장서 4곳 발화지점 발견… “방화 추정”
경찰과 소방당국의 현장 감식 결과 화재 발생 지점이 안방, 주방, 거실 2곳 등 총 4곳에서 발견됐다.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불이 난 것으로 보이면서 인위적인 방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과 발화 패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방화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과학수사대와 합동으로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한 가족들에게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경찰은 가족과 함께 살던 아버지가 화재 당시 현장에 없었던 점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주민 20여명 대피… 연기 흡입으로 3명 부상
이번 화재로 해당 아파트 주민 20여명이 자력으로 대피했으며, 이 중 3명이 연기를 흡입해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모두 병원 치료를 받고 건강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2000년대 초 건설된 17층 규모의 공동주택으로, 평소 화재 예방시설과 관리 상태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은 새벽 시간대 갑작스러운 화재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평소 조용하고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어린 아이들까지 숨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여름철 화재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도 화재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평소 화재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대피 요령을 숙지해둘 것”을 당부했다.
한편, 대구 동구청은 이번 참사로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위해 장례 지원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유족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관련자 조사를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뒤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방화 혐의점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가정 내 화재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로, 전국적으로 화재 예방 교육과 안전 점검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화재 안전 점검과 함께 가족 구성원 모두가 화재 대피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