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을 추진해온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5일 급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했다. 당초 계획된 정식 교과서 지위에서 ‘교육자료’ 수준으로 격하되면서, 우리나라 교육 디지털 전환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 정책 급선회의 배경**
교육부는 지난 2년간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축으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적극 추진해왔다.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춘 개인화 교육 실현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부합하는 교육 환경 조성이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정책 시행을 앞두고 교육 현장에서 제기된 현실적 한계와 반발이 정책 수정을 이끌어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통해 단계적 도입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핵심 걸림돌**
전국 초중고교의 디지털 인프라 수준이 AI교과서 안정 운영에 필요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 중 약 40%가 고속 인터넷 환경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보급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간 디지털 교육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AI교과서 전면 도입 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아직도 와이파이가 불안정한 교실이 많은데 AI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하겠냐”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사 역량과 준비도 부족**
교사들의 디지털 교육 역량 부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육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60% 이상이 AI 디지털 콘텐츠 활용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 교총 관계자는 “AI에 의존한 교육이 교사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교조 역시 “교육의 본질은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인데, 과도한 기술 의존이 이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사회의 엇갈린 반응**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나뉘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AI교과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반면 경기도의 다른 학부모는 “이미 스마트폰과 게임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이들에게 추가적인 디지털 자극을 주는 것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기술적 완성도와 예산 문제**
현재 개발된 AI교과서의 기술 수준도 교육부가 제시한 비전을 완전히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별 학생의 학습 패턴 분석과 최적화된 학습 경로 제시 기능의 정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산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AI교과서 전면 도입과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연간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재 교육부 예산으로는 전국 모든 학교에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활용 방안과 향후 계획**
교육부는 AI 디지털 콘텐츠를 정식 교과서가 아닌 ‘보조 교육자료’로 분류하여 활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기존 종이 교과서를 주교재로 유지하면서 교사가 필요에 따라 AI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 점검, 부족한 영역의 보충 학습, 심화 학습 제공 등의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교사의 재량에 따라 수업 시간의 10-20% 내에서 활용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
교육학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 교수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라며 “무리한 전면 도입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KAIST 교육혁신센터 이○○ 센터장은 “해외 주요국들이 디지털 교육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보수적 접근을 유지할 경우 교육 경쟁력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향후 로드맵과 과제**
교육부는 향후 3년간 시범학교 확대 운영을 통해 AI 디지털 교육자료의 효과를 검증한 후 전면 도입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100개 시범학교에서 AI 교육자료를 시범 활용하고, 2026년까지 500개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동시에 교사 연수 프로그램 강화와 학교 디지털 인프라 개선에도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책 변경은 우리나라 교육 디지털 전환의 속도 조절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교육 당국이 제시한 단계적 도입 계획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추진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