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대통령실이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실의 공식 발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과 개인적 정치 행위가 반복돼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진숙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내려졌다.
논란의 발단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안을 만들어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즉시 “지시라기보다는 의견을 물어본 쪽에 가까웠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개인 페이스북에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재반박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감사원의 주의 조치
앞서 감사원은 8일 이진숙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이 위원장의 과거 유튜브 출연 시 발언 등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며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게재해 공무원의 중립 의무 위반 행위를 거듭했다”고 비판했다.
법적 근거와 절차
국무회의 참석과 관련해서는 대통령령 ‘국무회의 규정’ 제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 배석자는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으로 제한된다. 방송통신위원장과 같은 외청장은 의장(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배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방통위원장 등은 국무총리에게 의안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국무회의 참석이 가능한 구조다. 이진숙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표결권은 없으나 발언권은 있는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다.
정치권 반응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이진숙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3년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한 방통위원장을 정치적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
이진숙 위원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은 다른 부처 국무위원들과 달리 법적으로 3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함부로 해임할 수 없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제면직될 때까지 자진 사퇴를 거부했던 전례가 있어, 이 위원장 역시 자리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 위원장의 거취가 새 정부의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작업과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산된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규제 기관 및 법제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무회의 운영 원칙 재확인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무회의 운영 원칙을 재확인했다. 강 대변인은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라며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나 토의 내용을 대통령실 대변인의 공식브리핑 외에 기사화하거나 내용을 왜곡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공직기강 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원칙은 다른 국무위원들과 국무회의 배석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여,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과의 관계 설정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