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미국 작가조합(WGA)에서 제명당했다고 11일 할리우드 업계가 전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WGA는 8일(현지시간) 박찬욱 감독과 공동 각본가 돈 맥켈러를 HBO 시리즈 ‘더 심패서틱(The Sympathizer)’ 각본 작업과 관련해 제명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제명 사유는 2023년 WGA 파업 기간 중 파업 규정을 위반하고 각본 작업을 계속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WGA는 스트리밍 서비스 작가들의 보상 문제와 제작사의 인공지능(AI) 활용 가능성, 작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약 4개월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더 심패서틱’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1970년대 남베트남 패망 후 미국으로 피난 온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문명과 두 이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박찬욱 감독이 직접 연출하고 공동 각본을 맡은 이 작품은 2024년 4월 방영돼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파업 규정 위반으로 징계
WGA는 파업 기간 중 규정을 위반한 7명의 작가를 징계했으며, 이 중 4명이 제명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박찬욱 감독과 맥켈러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두 사람이 제명 처분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023년 WGA 파업은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등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과 제작사들을 상대로 벌어진 대규모 노동 쟁의였다. 작가들은 스트리밍 시대에 맞는 공정한 수익 배분과 AI의 창작 참여 제한, 최소 작가실 운영 등을 요구했다.
특히 AI의 각본 작업 참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파업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작가들은 AI가 인간 작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관련 규제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과 딜레마
박찬욱 감독의 이번 제명 사건은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 문제를 보여준다. ‘올드보이’, ‘아가씨’, ‘기생충’ 등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한국 영화계가 할리우드와 협업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현지 노조 규정에 대한 이해와 준수가 중요해지고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박찬욱 감독 같은 저명한 감독도 미국 작가조합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명당한 것은 할리우드의 노조 문화가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준다”며 “한국 창작자들이 글로벌 진출 시 현지 규정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콘텐츠 업계 반응과 영향
한국 연예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향후 한국 창작자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오징어 게임’, ‘BTS’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할리우드와의 협업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제명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한국 콘텐츠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작 실력뿐만 아니라 현지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창작자들이 해외 진출 시 현지 노조 규정이나 업계 관례에 대한 사전 교육과 컨설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계 기타 이슈들
한편 국내 연예계에서는 영화 ‘좀비딸’이 개봉 11일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조정석 주연의 이 작품은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한 독특한 소재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는 10일 예정된 콘서트를 폭발물 설치 신고로 인한 안전 점검 때문에 긴급 연기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다행히 허위 신고로 밝혀져 팬들이 안도하고 있다.
임윤아와 안보현이 출연하는 새 드라마 ‘악마가 이사왔다’는 국내 최초로 셀프 GV(관객과의 대화)를 개최해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이번 제명이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WGA 규정상 일정 기간 후 재가입이 가능하며, 감독의 작품성과 국제적 명성을 고려할 때 할리우드에서의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