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고 질병관리청이 9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가 넘는 환자가 발생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온열질환자 급증 현황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일 하루 전국 516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238명(사망 1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질병청이 올해 5월 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전날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총 977명으로, 1000명에 육박했다.
작년 감시 시작일인 5월 20일부터의 수치만 비교하면 9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8명의 2배로 급증한 수치다. 이는 6월 말부터 시작된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총 7명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3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았지만, 전날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온열질환자 특성 분석
올해 온열질환자 977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 75.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남성이 야외 작업에 노출될 기회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 3명 중 1명(33.5%)은 65세 이상 노약자였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1.2%로 가장 많았으며, 장소별로는 작업장(25.9%), 논밭(16.3%), 길가(13.4%) 순으로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했다. 이는 야외에서 육체 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이 온열질환에 가장 취약함을 보여준다.
세부 질환으로는 열탈진이 56.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열사병(20.4%), 열경련(12.8%), 열실신(9.2%), 열부종(0.2%)이 뒤를 이었다.
기록적인 폭염 현황
올여름 폭염의 강도는 역대급 수준이다. 8일 서울의 낮 기온은 37.7도까지 오르면서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이번 폭염은 지속 기간과 강도 면에서 모두 극값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7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875명이며, 사망자는 7명이다. 전남에서만 닭, 오리, 돼지 등 가축 4만여 마리가 넘게 폐사했으며, 전국에서는 돼지 1만여 마리와 닭, 오리 등 가금류 12만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 1일 밤에는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관측됐다. 강릉 29.7℃, 포항 27.4℃, 서귀포 27.3℃, 울릉도 26.8℃, 청주·울진 26.3℃, 서울 26.2℃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5℃를 넘는 열대야가 기록됐다.
온열질환의 위험성과 증상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며,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특히 열사병은 체온조절 중추 기능에 이상이 생겨 체온이 40℃ 이상 상승하는 질환으로,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며 치사율이 높아 즉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열탈진은 열사병보다는 경미하지만 다량의 땀으로 인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질환으로, 체온은 크게 상승하지 않으나 맥박이 빨라지고 피부가 차고 습해진다.
취약 계층별 대응 방안
노약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고 신장 기능 저하로 탈수에 쉽게 노출된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 근로자들은 작업 시간 조정과 충분한 휴식,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건설현장, 농업 종사자들은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작업을 피하고, 30분마다 10분씩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중 대비 체표면적이 넓어 주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땀샘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어려우므로 보호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의 대응 체계
정부는 폭염 대응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기상청은 폭염특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자체와 함께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확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 등 야외 작업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작업시간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개인 차원의 예방법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가벼운 색깔의 헐렁한 옷을 착용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되, 커피나 알코올은 피해야 한다. 특히 야외 작업 시에는 15~20분마다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창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해 직사광선을 차단해야 한다. 시원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 겨드랑이, 서혜부 등에 찬 물수건을 대는 것도 효과적이다.
향후 전망과 대책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고온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극한 폭염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장기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온열질환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개인의 주의와 사회적 관심이 결합된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변의 독거노인이나 야외 근로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