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급증에 은행주 급락… 금융당국 ‘고령 투자자 보호’ 강화

8월 12일 한국 금융시장에서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최근 6개월 새 400%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강화된 규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8% 하락했고 신한금융지주는 6% 떨어지는 등 은행 섹터 전반이 타격을 받았다. 올해 들어 ELS 신규 투자 규모만 2조원(약 15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조화 상품 사태와 유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ELS 열풍

한국의 주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E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환경이 있다. 전통적인 저축 상품과 국채의 수익률이 매력을 잃으면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ELS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수수료 기반 상품인 ELS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5%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지적했다. 집중된 은행 구조와 높은 가계부채가 결합될 경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 금융안정성 모니터링 기관들도 한국의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층 집중, 적합성 우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들은 ELS 위험에 대한 공시를 대폭 강화하고 개인투자자,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의무 숙려 기간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도입한 규제 방식과 유사하지만, 한국의 ELS 시장 성장 속도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ELS 구매자 중 60세 이상이 60%를 차지하면서도, 전체 성인 인구 중에서는 2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령별 편중은 고령 투자자들이 복잡한 금융상품의 위험-수익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들이 적절한 적합성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08년 위기 재현 우려

한국의 ELS는 미국에서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채권과 기능이 유사하다. 주식 시장 수익률과 연동되면서도 원금 보호를 약속하는 정교한 헤징 메커니즘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한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전의 경험을 보면, 이런 상품들이 금융위기에 기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구조화 상품 시장 확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와 고령화가 맞물릴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대규모 투자자 손실로 이어져 은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 강화 vs 금융혁신 딜레마

한국은행은 경제성장 지원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자산 가격 상승과 위험 추구 행동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금융안정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LS 판매 단속은 더 광범위한 한국의 금융안정성 우려와 맞물려 있으며, 여기에는 가계부채 증가, 경기 둔화, 북한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은행들은 ELS 상품이 하방 보호와 함께 주식시장 수익률에 대한 접근을 제공함으로써 정당한 투자자 니즈를 충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사한 상품들이 다른 선진국에서도 널리 이용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상품의 복잡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에게 부적절하며, 특히 극한의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원금 보호 메커니즘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은행들이 적절히 공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ELS 논란은 한국 금융시장이 성숙해지고 글로벌 자본 흐름과 더 깊이 통합되면서도, 전통적으로 높은 저축률과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더 광범위한 도전을 보여준다. 금융혁신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은 변동성이 증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한국 금융 부문 발전과 경제 전반의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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