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BOOMPALA’로 연 축제의 확장…서사에서 대중성으로

르세라핌, ‘BOOMPALA’로 연 축제의 확장…서사에서 대중성으로

묵직한 서사에서 축제의 언어로

연합뉴스에 따르면 르세라핌은 22일 정규 2집 PUREFLOW pt.1과 타이틀곡 BOOMPALA로 컴백했다. 2022년 5월 데뷔 이후 FEARLESS, ANTIFRAGILE 같은 곡에서 보여준 단단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걸어온 팀이 이번에는 “전 세계인이 같이 즐기는 축제의 장 같은 노래”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이번 복귀의 핵심이다.

이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르세라핌의 정체성이 단순히 밝은 분위기나 강한 퍼포먼스 하나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팀은 데뷔 이후 줄곧 두려움이 없다는 선언, 역경을 딛고 더 단단해지겠다는 태도를 음악의 중심에 놓아 왔다. 익숙한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서사와 태도를 앞세운 팀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컴백은 같은 축 위에서 표현 방식만 넓힌 움직임으로 읽힌다.

즉, 이번 신보의 포인트는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확장이다. 르세라핌이 쌓아온 메시지의 결은 유지하되, 그 전달 방식은 더 직관적이고 더 넓은 청중을 향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무겁고 날카로운 자기 선언이 팀의 뼈대였다면, BOOMPALA는 그 뼈대 위에 누구나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리듬과 후렴을 입힌 결과물로 해석된다.

데뷔 4주년, 팀의 서사가 만든 설득력

르세라핌은 이달 데뷔 4주년을 맞았다. 2022년 5월 출발한 이후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 자기 확신과 돌파의 감각을 중심에 두고 전개됐다. FEARLESS가 이름 그대로 주저하지 않는 태도를, ANTIFRAGILE가 역경을 통해 더 강해지는 감각을 내세웠다면, 그 축은 이번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기사 본문이 짚듯, 이런 서사는 일반적인 걸그룹의 흥행 공식에서 다소 비껴나 있었다. 밝고 가벼운 이미지나 즉각적인 친화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과는 결이 달랐고, 그만큼 처음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다섯 멤버가 예상치 못한 악재들을 헤쳐 가는 과정이 오히려 팀이 말해온 메시지의 설득력을 키웠다는 대목은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르세라핌의 음악이 텍스트로만 소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랫말과 콘셉트에서 제시된 태도가 실제 팀의 궤적과 맞물리면서, 이들의 서사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체감 가능한 팀 서사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이번 컴백 역시 단순한 장르 변신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내러티브가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CRAZY’와 ‘SPAGHETTI’가 연 문법의 변화

르세라핌의 최근 흐름을 이해하려면 CRAZYSPAGHETTI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다다다다 다다다다’가 반복되는 신나는 EDM CRAZY와, “네가 뭐라던 씹어보셔 맛이 좋아”라는 재치 있는 표현을 담은 SPAGHETTI로 대중의 예상을 깨는 승부수를 던졌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대목은 르세라핌이 강한 메시지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접근 방식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동안의 이들이 ‘독기’를 품은 직선적 에너지로 자신을 밀어붙였다면, 최근의 이들은 거기에 유희와 속도, 반복적인 훅을 결합하는 법을 익혔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더 장난스럽고 더 즉각적인 감각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BOOMPALA는 바로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축제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는 멤버들의 설명은 우연한 수사가 아니다. 이미 한 차례 대중의 예상을 깨며 반응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는 그 방향을 정규 2집의 중심으로 밀어 올린 셈이다. 무게감 있는 팀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청자가 더 빨리 몸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하는 문법, 그것이 이번 컴백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분석된다.

정규 2집이 보여주는 ‘메시지의 결’

르세라핌은 최근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한 신보 발매 기념 공동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지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했다. 멤버들은 “전 세계인이 같이 즐기는 ‘축제의 장’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말은 곡의 분위기뿐 아니라, 팀이 지금 자신의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멤버들이 변화 자체를 목표로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늘 도전을 좋아하고, 메시지에 맞는 음악을 찾으며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장르나 새로운 무드가 먼저 있고 그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팀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사운드와 형식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메시지의 결”이라는 표현은 중요하다. 축제 같은 노래라고 해서 모든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르세라핌이 말하는 즐거움은 비어 있는 흥겨움이 아니라, 도전의 결과로 도달한 해방감에 가깝다. 그래서 정규 2집 PUREFLOW pt.1은 팀의 정체성을 완화한 작품이 아니라, 그 정체성을 더 많은 청중이 감각적으로 접속할 수 있게 번역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낯섦을 통과해 대중과 만나는 방식

르세라핌 멤버들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한 것이 당연하지만, 전하고픈 에너지를 펼쳐 내다보면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이번 활동을 바라보는 팀의 태도를 압축한다. 낯섦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시작할 때 불가피하게 동반되는 통과의례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태도는 르세라핌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들은 처음부터 가장 익숙한 길을 택하기보다, 자신의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 과정에서 대중이 즉시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까지 감수해 왔다는 점이 팀의 색을 만들었다. 낯설음을 견디는 힘이 곧 르세라핌의 경쟁력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동시에 이번 발언은 K-pop 시장에서 중요한 지점을 건드린다. 세계 시장을 향하는 음악일수록 언어를 넘어서는 즉각적인 감각, 곧 후렴의 힘과 무대 에너지, 반복 가능한 포인트가 중요해진다. 르세라핌이 말한 “축제의 장”과 “에너지”는 바로 그 접점을 겨냥한 표현으로 읽힌다. 무대 위 메시지를 더 많은 청자가 같은 박자로 체감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번 컴백의 방향은 매우 선명하다.

왜 지금 ‘축제’인가

이 시점에 르세라핌이 ‘축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여러 층위에서 의미를 갖는다. 데뷔 4주년을 맞은 팀에게 지금은 단순히 새 곡을 내는 순간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떤 팀이 되었는지를 다시 정리해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선택지가 더 무거운 선언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라는 점은, 팀이 자신감 있는 확장을 택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또한 ‘축제’는 르세라핌의 기존 서사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언어다. 두려움이 없고, 역경을 견디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태도는 자칫 긴장감만 강조하는 이야기로 굳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도달하는 곳이 해방감과 환희라면, 팀의 서사는 한층 넓어진다. 고통과 저항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즐기는 장면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BOOMPALA의 의미는 단순한 컴백 타이틀곡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이 곡은 르세라핌이 자신들의 핵심 태도를 잃지 않은 채, 그것을 보다 개방적이고 환대하는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팬들에게는 익숙한 서사의 다음 장이고, 처음 접하는 청자에게는 훨씬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되는 구조다.

글로벌 K-pop 팬이 주목할 지점

이번 컴백이 글로벌 독자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K-pop이 어떻게 팀의 서사와 대중적 감각을 동시에 조율하는지를 한 장면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르세라핌은 강한 메시지를 가진 팀으로 출발했지만, 그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이 몸으로 즐길 수 있도록 번역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K-pop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서사 산업으로도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조적으로 보면, 같은 날 한국 K-pop 관련 뉴스에는 삼성전자가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월간 SM 콘서트’를 선보인다는 소식도 있다. 이는 한국 음악 산업이 노래와 앨범뿐 아니라 공연 실황, 스트리밍 채널, 독점 공개 같은 방식으로도 팬 접점을 넓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르세라핌의 이번 활동 역시 단지 음원 발표가 아니라, 팬이 체감하는 경험 전체 속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22일의 르세라핌은 ‘새로운 노래를 낸 팀’에 그치지 않는다. 데뷔 4주년의 시점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더 넓은 청중이 즉각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조정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팀이다. 그래서 이번 컴백은 한국에서 오늘 벌어진 하나의 K-pop 뉴스이면서, 동시에 세계 팬들에게는 “강한 서사와 축제의 에너지가 어떻게 한 팀 안에서 공존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장면으로 남는다.

출처

· 삼성 TV 플러스, '월간 SM 콘서트' 독점 공개 (연합뉴스)

· 르세라핌 "세계인 즐길 축제 같은 노래…'마카레나'가 필살기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