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 글로벌 DRAM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첫 번째 1위를 달성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2025년 1분기 메모리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으로 3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앞서는 역사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는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HBM(High Bandwidth Memory) 수요 급증이 만들어낸 결과다.
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투자 사이클을 불러왔다. 시장 조사기관과 증권사들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DRAM 투자는 전년 대비 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NAND 플래시 투자도 14%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2017년 클라우드 컴퓨팅, 2021년 팬데믹 공급 부족에 이은 세 번째 대형 투자 사이클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4분기 예비실적으로 6조 5천억원을 발표한 가운데, DS 부문은 약 3조원으로 추정되는 반면, SK하이닉스의 강력한 4분기 실적은 고부가가치 HBM 판매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DRAM 내 HBM 매출 비중은 2025년 4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HBM4 양산 경쟁 본격화
양사는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 양산을 위한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12단 HBM4 양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16단 제품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칩 업체에 12단 HBM4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3월에 엔비디아에 12단 HBM4 샘플을 제공한 상태다.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1월 청주 M15X 팹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총 설계 캐파는 9만K 수준으로, 올해 1만K, 내년 6만K 장비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2026년 본격적인 램프업이 시작되면 HBM4 대응 역량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용인 클러스터 1단계 팹은 2027년 5월 완공되며, HBM3E와 HBM4 물량을 지원하는 핵심 허브가 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평택 P4 공장에서 차세대 D1c(6세대 초반 10나노급) DRAM으로의 전환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연말까지 HBM4 양산 준비를 위해 월 4만5천장 장비 발주가 예상된다. 미국에서도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클린룸과 배관 공사를 올해 내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장비 설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AI 시대 메모리 기술 혁신
차세대 메모리 기술은 기존의 CPU만 연산을 담당하던 아키텍처를 바꿔 메모리에서도 일부 연산이 가능하도록 해 전체적인 데이터 처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은 GPU 가속기와 HBM을 사용하는 것 대비 AI 모델 성능을 약 3.4배 이상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은 올해 467억 달러(약 6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SK하이닉스가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6세대 HBM(HBM4) 주문은 더욱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2025년 영업이익 33조 6천억원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학습과 추론용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담당하게 되면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AI 메모리 반도체 투자 전쟁은 2025년을 넘어 2026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4 기술력과 양산 능력이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