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례 없는 투자 열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성과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2025년 9월 19일 현재,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와 함께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며 한국의 AI 기술 주권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리벨리온, 유니콘 기업 달성으로 K-팹리스 선도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지난해 말 사피온 코리아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 1조 3천억 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리벨리온은 현재까지 총 2,11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166명의 직원과 47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AI 반도체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리벨리온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중 최초로 PCIe 5.0 지원 검증을 공식 통과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 검증을 통과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리벨리온이 유일하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 표준을 충족했음을 의미하며, 향후 데이터센터 및 HPC(고성능컴퓨팅) 시장 진출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리벨리온은 서버 및 HPC 전용 NPU 제품인 ‘ATOM’과 ‘Rebel’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5nm 공정으로 제조된 2세대 칩 ATOM은 작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갔으며,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지원할 수 있는 3세대 칩 Rebel은 작년 말 테이프아웃을 완료했다. Rebel은 하반기 프로토타입 형태로 공급되며,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 전면 상용화 단계 진입
리벨리온 외에도 다른 국내 NPU 팹리스 스타트업들도 내년부터 주력 제품의 양산과 PoC(개념증명)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판매와 공급에 나선다. 퓨리오사AI는 2세대 NPU ‘Renegade’로 LG AI연구원, 사우디 아람코와 칩 샘플링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내년 1월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딥엑스는 경쟁사 대비 20~30도 낮은 발열로 동작하면서도 10~20배 뛰어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DX-M1 칩을 개발했다. 딥엑스는 국내외 대기업이 개발하는 로봇에 자사의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521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172명의 직원과 1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빌린트도 포함하여 이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 동향과 한국의 경쟁 위치
크런치베이스의 3월 14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반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작년 약 3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2023년 13억 달러 대비 123% 증가한 수치로, 2021년 기록적인 32억 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 열풍 속에서 한국 AI 반도체 스타트업들도 상당한 투자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의 K-반도체 벨트 프로젝트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이는 설계(팹리스), 제조(파운드리), 후공정(패키징·테스트)에 이르는 전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전망과 도전 과제
한국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성장세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대규모 양산 체계 구축과 고객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수익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설계 역량까지 확보한다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생성형 AI와 자율주행, 로봇, IoT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한국만의 차별화된 AI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상용화 경쟁은 한국이 AI 시대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벨리온을 필두로 한 K-팹리스들의 글로벌 시장 도전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AI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