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야심찬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8,262억 원을 투자해 국내 AI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국산 AI 반도체 점유율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급변하는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특히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정부 주도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정부의 AI 반도체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총 8,262억 원이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이는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AI 반도체 관련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핵심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학계와 산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다. 연세대학교가 최근 개소한 ‘AI반도체혁신연구소’는 이러한 산학연계 연구의 대표적 사례로, 석·박사급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실용적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미래 AI 반도체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 육성까지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의 또 다른 특징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엔비디아, 인텔, AMD, 퀄컴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력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엔비디아와 인텔이 AI 인프라 공동 개발을 위한 역사적 협력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Galaxy S24 시리즈’를 통해 세계 최초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모바일 AI 시대를 선도했다. 또한 자체 AI 시스템 ‘Galaxy AI’를 개발해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역시 AI 고도화에 속도를 내며 인공지능연구소장에 김정희 전무를 임명하는 등 조직 차원의 AI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 제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제조 AI’다. AI와 GPU의 결합이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제조업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기존 DRAM뿐만 아니라 NAND 등 레거시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AI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AI PC의 등장, 에지 AI의 확산은 AI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전자가 AI 데이터센터 에너지·냉각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 진보가 또다시 강력한 AI 하드웨어의 초과 수요를 유발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의 AI 반도체 산업은 이제 기술 개발, 인재 양성, 글로벌 협력, 정부 정책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생태계를 구축하며 2030년 세계 최고 수준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