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5년 9월 미국 원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국은 9월 6일 미국을 2-0으로 완파하고, 9월 9일 멕시코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1승 1무의 성과를 거뒀다.
손흥민, 역사적 이정표와 함께한 완벽한 복귀
이번 원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주장 손흥민이었다. 미국전에서 52번째 A매치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차범근의 최다득점 기록(58골)에 단 6골 차이로 근접했으며, 멕시코전에서는 A매치 136번째 출전으로 한국 축구 최다 출전 공동 1위에 올랐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의 경기력이었다. 후반 10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멕시코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모습에서 여전히 건재한 에이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시점에 출전시키겠다”던 홍명보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손흥민은 미국전 선발 출전에서 이동경과의 연계로 전반전 연속골의 발판을 마련했고, 멕시코전에서는 교체 투입되어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는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보여준다.
새로운 혈액 수혈과 전술적 진화
이번 미국 원정은 단순한 평가전을 넘어 2026년 월드컵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과정이었다. 특히 젠스 카스토르프의 데뷔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독일 청소년 대표팀 출신인 카스토르프가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사상 최초로 해외 출생 혼혈 선수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한국 축구의 글로벌화와 다양성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홍명보 감독은 카스토르프에 대해 “전술적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있으며 충분한 출전 시간을 줄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는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팀 전체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술적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전에서는 안정적인 수비 기반 위에서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줬고, 멕시코전에서는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정신력의 강화를 입증했다.
2026년 본선을 향한 청신호
이번 미국 원정의 가장 큰 의미는 월드컵 개최국에서의 현지 적응과 강팀들과의 경쟁력 검증이었다. 한국이 피파 랭킹 11위 미국을 완파하고, 피파 랭킹 12위 멕시코와 접전을 벌인 것은 2026년 월드컵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기가 모두 미국 본토에서 열렸다는 사실이다. 2026년 월드컵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동 개최로 치러지는 만큼, 현지 환경과 시차, 기후에 대한 적응은 필수적이었다. 홍명보호가 해리슨과 내슈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본선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운 한국으로서는 이번 원정이 단순한 본선 진출을 넘어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전진 기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3년 만에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강팀 상대 전술과 결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목표가 현실로 증명된 이번 미국 원정은 2026년 월드컵을 향한 한국 축구의 자신감을 크게 높였다. 남은 과제는 10월과 11월 A매치에서 이러한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