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전략과 국가 안보, AI 기술 주권 확립 필요성 대두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의 국가 주권 확립을 위한 ‘소버린 AI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고 9일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술 생태계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까지 3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AI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이 AI 기술 주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AI 기술 의존도 현황과 위험성
현재 한국의 AI 기술 생태계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기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경우 OpenAI의 GPT, 구글의 Bard, 중국의 바이두 등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기술 종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해외 의존도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I 기술이 군사, 정보, 금융 등 핵심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술에 의존할 경우 기술 공급 중단, 데이터 유출, 알고리즘 조작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기술은 이미 국가 핵심 인프라가 됐다”며 “디지털 주권 확보 차원에서 독자적인 AI 기술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주권
소버린 AI 전략의 핵심은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과 멀티모달 AI 개발이다. 정부는 한국어의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하여 언어적 특수성으로 인한 해외 AI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 고품질 학습 데이터 구축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현재 한국어 AI 학습 데이터는 영어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 2030년까지 100억 건 규모의 한국어 데이터셋을 구축하여 AI 모델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방침이다.
데이터 주권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국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국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충하여 데이터의 국내 처리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AI 반도체와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AI 전용 반도체 개발도 소버린 AI 전략의 핵심 요소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협력하여 차세대 AI 칩 개발에 나선다.
특히 NPU(Neural Processing Unit)와 같은 AI 전용 프로세서 개발에 집중 투자하여 2027년까지 세계 3위 수준의 AI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AI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까지 전 과정의 국산화를 추진하여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AI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산 AI 서버와 슈퍼컴퓨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재 건설 중인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AI 연구개발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여 대규모 AI 모델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AI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
소버린 AI 전략 성공을 위해서는 우수한 AI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AI 전문인력 10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대학의 AI 관련 학과 확대와 재직자 교육 프로그램 강화에 나선다.
특히 해외 우수 AI 인재 유치를 위해 비자 절차 간소화, 연구환경 개선, 창업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국내 AI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다양한 AI 서비스와 솔루션이 개발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소버린 AI 전략을 통해 한국이 AI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고, 디지털 주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I 윤리와 안전성 확보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