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청년 고립·은둔 현상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정부가 2025년부터 전국 단위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다. 최근 발표된 ‘청년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중 5.2%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년 전 2.4%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9~24세 연령층에서 고립·은둔 경험률이 28.6%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중 39.7%는 한 번 사회복귀에 실패한 후 다시 고립 상태로 돌아간 ‘재은둔’ 사례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고,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 부진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우울감과 고립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차원의 첫 종합대책 마련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발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이 계획의 핵심은 4개 주요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①(발견) 고립·은둔 조기 발견체계 구축, ②(전담지원체계) 2024년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 실시, ③(예방) 학령기·취업기·직장 초기 일상 안전망 강화다.
올해 8월부터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원스톱 상담창구인 ‘청년미래센터’가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 센터는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별 청년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 2025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예정이며, 관련 법적 기반 마련도 추진된다.
서울시 선도적 대응 모델
서울시는 이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자체로 평가받는다. 2021년 전국 최초로 ‘서울시 사회고립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청년 사회고립 측정지표를 개발하고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24년에는 전국 최초의 전담기관인 ‘서울청년키지개센터’를 개소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외로움과 고립을 겪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24시간 상담부터 서비스 연계까지 제공하는 ‘외로움 안녕120’ 콜센터를 정식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역 군인에 대해서는 군복무 기간만큼 정책수혜 연령을 연장하는 청년 기본조례 개정안도 시행한다. 예를 들어 2년간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은 39세 대신 41세까지 각종 청년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인천 미추홀구 역시 2025년 6~8월 매주 금요일 총 10회에 걸쳐 고립·은둔 청년 대상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과 체험활동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일상회복과 지역사회 재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유대 약화, 사회적 관계 희박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이 사회적 고립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립·은둔 위험에 처한 청년은 전국적으로 최대 5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청년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현상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한 2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확산에 필요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는 지원 대상 정의, 정보보호, 서비스 품질관리 방안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학령기부터 취업기, 직장 초기까지 생애주기별 예방 체계를 강화하여 고립·은둔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종합적 접근은 한국이 청년 고립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될 이들 정책이 실제로 고립·은둔 청년들의 사회복귀와 관계 회복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