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무보트 밀입국, 해안 보안 허점 드러나
중국인 6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460km 바다를 건너 제주도에 불법 입국한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9월 11일 추가로 2명이 검거되면서 총 5명이 체포됐다. 하지만 여전히 1명이 도주 중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해안 경계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11일 오후 12시 3분경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공천포 연수원 인근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국인 남성 A씨(50대)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A씨는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서 발견된 고무보트를 타고 불법 입국한 6명 중 한 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자수하겠다고 신고한 뒤 잠적해 경찰이 추적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해상 460km 위험한 여정, 돈벌이가 목적
이번 불법 입국 사건의 전모가 점차 밝혀지고 있다. 해양경찰 조사 결과, 중국인 6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중국 내 브로커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이들이 탄 고무보트는 90마력 엔진이 장착돼 있었으며, 크기가 다른 연료통 12개, 구명조끼 6개, 중국어가 표기된 빵 등 비상식량, 낚싯대 등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중국 연안에서 제주도까지 약 460km의 거리를 소형 고무보트로 횡단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해양경찰은 “이들이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항해를 감행했다”며 “브로커가 연루된 조직적인 밀입국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일 드러나는 해안 보안의 허점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안 경계 시스템의 완전한 무력화다. 지역 주민들이 지난 8일 오전 7시 56분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소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고무보트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지만, 그 전까지 당국의 어떤 감시 장비도 이들의 접근을 탐지하지 못했다.
특히 경찰의 열상감시장비(TOD)와 해양경찰의 순찰이 모두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에서 해안 보안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양경찰 관계자는 “순찰 공백과 감시 사각지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경계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밀입국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감시 기술이 발달하면서 불법 입국 시도가 크게 줄었던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보안 당국의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양경찰과 경찰, 군 당국이 합동으로 수사한 결과 이들의 간첩 행위나 보안 우려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불법 입국 자체가 국경 관리의 허점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경 전문가들은 “소형 선박을 이용한 밀입국은 탐지가 어려워 테러나 밀수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상 경계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해상 감시 시스템 도입과 순찰 체계 강화, 지역 주민과의 협력 체계 구축 등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해안 지역의 보안 실태를 점검하고, 밀입국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해양경찰청은 “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서해안, 남해안 등 전 해역의 경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며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거된 5명의 중국인 불법입국자 중 3명은 구속됐으며, 해양경찰은 나머지 1명의 검거를 위해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당국은 또한 이들의 밀입국을 도운 중국 내 브로커 네트워크에 대한 수사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