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일원에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생활용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8월 30일 강릉 지역에 가뭄 재난사태를 선포한 이후 10여 일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336.9mm로 평년 대비 36.3%에 불과하며, 향후 10일간도 가뭄 해갈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강릉 시민들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수위는 9월 초 기준 12-13% 수준으로 떨어져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저수조 용량 100톤 이상인 아파트 단지 113곳을 포함해 총 124개소에 제한급수를 본격 시행했다. 주민들은 하루 종일 물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생수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가뭄 사태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범부처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군용 헬기와 해경 함정까지 동원하여 매일 2만 9천 톤의 물을 급수차량, 헬기, 선박을 통해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급수 지원 작업으로 평가된다.
기후변화와 지역적 특성이 만든 완벽한 재앙
전문가들은 이번 강릉 가뭄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와 지역적 지형 특성이 결합되어 발생한 ‘완벽한 재앙’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릉은 태백산맥 동쪽에 위치해 서해안에서 오는 수증기의 영향을 받기 어려우며, 올여름 집중호우도 주로 중서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동해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한국기상청의 수문기상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KIM 모델 기반 기상학적 가뭄 예측 정보에 따르면, 9월 11일까지 향후 10일간 가뭄 해갈이 어려울 전망이며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기간 내 자연적 해결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기후학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발하고 있으며, 강릉과 같은 지역적 극가뭄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근본적인 물 공급 인프라 재구축과 함께 기후적응형 물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봉저수지는 1980년대에 건설된 노후 시설로, 증가하는 강릉 인구와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기에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릉 지역의 물 공급 시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기 대응책과 시스템 재정비 과제
정부는 단기 응급 급수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 해결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환경부는 강릉 지역 물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나섰으며, 이에는 △신규 수원 개발 △광역상수도 연결 확대 △비상용 담수화 설비 구축 △스마트 물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이 포함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오봉저수지 준설작업과 함께 대체 수원 확보를 위한 지하수 개발에도 착수했다. 또한 인근 지역과의 광역 물 공급망 연결을 통해 비상시 물 융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전국 지자체의 가뭄 대응 시스템 점검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전국 주요 저수지와 상수원의 가뭄 대응 능력을 전면 재평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물 관리 매뉴얼을 새로 작성하기로 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현재 긴급 급수 지원으로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물은 공급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물 인프라 재구축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협력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9월 중순 이후 일부 강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뭄 해갈에 필요한 충분한 강수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강릉 지역의 물 관리 시스템 전면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