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금융위원회 김병환 위원장이 박상진 전 한국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1954년 산업은행 설립 이후 71년 역사상 최초로 내부 출신이 회장직에 오르는 역사적인 인사로 평가됩니다. 박상진 내정자는 1962년생으로 중앙대학교 법학과 82학번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동기이며, 사법시험 준비 스터디에서도 함께 공부했던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상진 내정자는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후 35년간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해온 정책금융 전문가입니다. 기아그룹,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등 굵직한 기업구조조정 TF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으며, 특히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쌓은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과 금융법률에 정통한 정책금융 전문가”라고 그를 평가했습니다.
기존 관행 깨고 내부 인사 발탁한 배경
지금까지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전통적으로 외부에서 임명되어 왔습니다.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나 시중은행, 학계 인사들이 주로 회장직을 맡아왔으며, 이동걸, 강만수, 홍기택, 강석훈 전 회장 모두 이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30년 이상 산업은행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내부 인사를 발탁함으로써 조직 안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성장펀드, 첨단전략산업펀드 등 대규모 정책펀드 운용에 있어 산업은행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예정인 상황에서, 정책금융 분야에 깊은 이해와 실무 경험을 갖춘 내부 전문가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대통령과의 학창시절 인연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책금융 혁신과 미래 과제
박상진 내정자가 취임하면 한국산업은행은 전통적인 정책금융기관에서 벗어나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새로운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인 디지털뉴딜 2.0, 그린뉴딜 확대, 첨단산업 육성 등에 필요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최근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확대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35년간 기업구조조정과 산업금융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국정감사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산업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 투자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내부 출신으로서 조직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박상진 내정자가 어떤 개혁 방안을 제시할지 주목됩니다. 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되며, 임기는 3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