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야권에서 제기한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며, 한국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선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며 사퇴와 탄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6시 조희대 대법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덕수 전 총리나 외부의 그 누구와도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사건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으며, 언급된 다른 분들과의 대화나 만남도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법부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대선에 개입했다는 전례 없는 의혹”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의 “대선 개입” 의혹 제기
논란의 시작은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폭탄 발언이었다. 부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 직전 한덕수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이재명 사건을 대법원에서 적절히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법부 수장이 대선 정국에 직접 개입한 전례 없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민주당은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충격적인 의혹에 대해 내란 특검이 당장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치적 편향성과 불분명한 의혹으로 사퇴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국 “탄핵안 이미 준비”… 정치권 파장 확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더 나아가 “조희대 없는 대법원을 만들겠다. 탄핵안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발표하며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조 대표는 “조희대의 전원합의체 결정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사법부에 대한 전면적인 정치적 공세를 예고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압박 속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접 나서서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제2의 첨당동 술자리 가짜 뉴스”라며 야권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덕수 전 총리 측에서도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전후로 조희대 대법원장과 어떤 만남이나 식사도 한 적이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한 상황이다.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 결정 재조명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5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결정이 있다. 당시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지 불과 9일 만에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져, 6만~7만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야권은 이 결정이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이것이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 측은 사건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 독립성 vs 정치적 책임론
이번 사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책임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둘러싼 근본적인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은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를 문제 삼고 있는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이 오히려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은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동시에 “만약 정치적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사법부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번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압박과 정치적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내란 특검 수사와 탄핵안 발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적 격돌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