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며 각각의 고유한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 AI 모델인 클로바X의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고 6일 발표했으며, 카카오는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새로운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9월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클로바X, 한국어 특화로 글로벌 AI 모델 능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2025년 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어 처리 능력에서 기존 글로벌 AI 모델들을 크게 앞서는 성능을 입증했다. 코발트(KoBALT)-700 벤치마크 기준으로 한국어 추론 능력에서 qwen3-32b, qwq-32b, exaone-deep-32b 등 경쟁 모델들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모델 경량화 기술의 혁신이다. 네이버는 기존 100B가 넘는 대형 모델을 3분의 1 크기로 줄이면서도 벤치마크 성능은 오히려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AI 모델의 효율성 면에서 중요한 기술적 진보로 평가된다. 또한 6월 30일 업데이트를 통해 DeepSeek-R1과 openai-o1에 사용된 텍스트 기반 추론 기능을 탑재하며 논리적 사고 능력을 크게 강화했다.
멀티모달 기능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하이퍼클로바X는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을 추가해 대형멀티모달모델(LMM)로 발전했다. 국내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 1,480개 문항을 이미지 형태로 입력해 테스트한 결과, 약 84%의 정답률을 기록해 GPT-4o의 78%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는 한국 교육과정에 최적화된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카카오, 오픈AI 제휴로 개인화 AI 서비스 강화
카카오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9월 중 공개 예정인 신규 AI 에이전트 ‘카나나’는 이러한 협업의 결실이다. 카나나는 카카오톡을 넘어 카카오맵, 카카오T 등 카카오 생태계 전반에서 개인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카카오의 AI 전략은 특히 상업적 활용에 중점을 둔다. ‘AI 메이트 쇼핑’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선물·상품 추천을 제공하며, ‘AI 커머스 상품기획자(MD)’ 기능을 통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 내에서 지능형 상품 추천을 구현한다.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이 서비스는 연내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의 개인화 추천 기술은 사용자의 대화 패턴과 사용 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단순한 검색이나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어시스턴트의 역할을 목표로 한다.
양사의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우위를 넘어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네이버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AI를 개발하는 반면, 카카오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해 빠른 서비스 혁신을 추구한다. 두 접근법 모두 국내 AI 산업 발전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양사의 AI 서비스 경쟁이 국내 디지털 생태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한국어 처리 성능 향상과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는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할 뿐만 아니라, 국내 AI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