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었던 메타버스 산업이 2025년 들어 확장현실(XR) 기술과 생성형 AI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로 글로벌 XR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난 9월 14일 수원시 경기XR센터에서 개최한 “제2회 XR 최신기술동향 세미나”는 한국 XR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메타의 허욱 부사장은 “Open source AI와 XR 최신 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며, AI와 XR의 융합이 가져올 혁신적 변화를 제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을 XR 헤드셋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해로 평가하고 있다. 리콘랩스의 윤경원 CTO는 세미나에서 “XR 3차원 기술 동향 및 앞으로의 과제”를 발표하며, 공간 컴퓨팅과 실감형 인터랙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안드로이드 XR로 시장 판도 변화 예고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삼성전자의 XR 시장 본격 진입이다. 삼성은 구글과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기반의 “프로젝트 무한” 헤드셋을 내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메타와 애플이 주도하던 XR 헤드셋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의 XR 헤드셋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혼합현실(MR) 기능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갤럭시 생태계와의 연동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와의 seamless한 연결성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서 생태계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참여로 XR 시장의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삼성의 브랜드 파워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개방성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성형 AI와 XR 융합, 콘텐츠 제작 혁신 주도
2025년 XR·메타버스 산업의 가장 큰 변화 동력은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활용이다. AI 기술은 3D 모델링 자동화, 실시간 음성·영상 합성, AI NPC(Non-Player Character)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특히 디지털 휴먼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AI 기반의 실시간 음성 합성과 표정 생성 기술이 결합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가상 인물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교육, 상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도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실제 공간을 정밀하게 스캔하고 가상 공간으로 재현하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제조업, 건설업, 의료 등의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생산 라인 최적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AI와 XR의 융합이 단순한 기술 결합을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기업들의 AI 기술력과 제조업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버스 엑스포 2025(MVEX 2025)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확연히 드러났다. “가상공간 기술이 여는 무한한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AI, XR, 디지털휴먼, 실감형 콘텐츠 등 최신 기술의 융합 사례들이 대거 소개되었다. 경기도는 도내 혁신기업 9개 사와 함께 “경기도 공동관”을 운영하며, 지역 기업들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의 XR·메타버스 산업은 2025년을 기점으로 기술적 성숙도와 시장 적용성 모두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AI 기술과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