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로제(ROSÉ)가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에서 K-팝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트로피를 수상하며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수상은 K-팝이 더 이상 특수한 장르가 아닌 주류 음악시장의 보편적 팝으로 자리잡았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로제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욫 UBS 아레나에서 열린 MTV VMA 시상식에서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히트곡 “아파트(APT.)”로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BTS조차 달성하지 못한 역사적 쾌거로, K-팝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높인 순간이었다.
미국 4대 음악상에서 인정받은 K-팝의 힘
MTV VMA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어워즈,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의 4대 음악상으로 꼽히며, “올해의 노래” 부문은 “올해의 비디오”, “올해의 아티스트”와 함께 MTV VMA의 3대 본상으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곡에 주어진다. 특히 이번 “올해의 노래” 부문은 빌리 아일리시의 “Birds of a Feather”, 레이디 가가&브루노 마스의 “Die With a Smile”,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I Love You, I’m Sorry”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최고 3위를 기록했고, 영국 오피셜 차트 “톱100″에서는 최고 2위까지 올랐다. 무려 43주 연속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유튜브에서는 20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한국적 정체성과 글로벌 협업의 완벽한 조화
“아파트”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의 전통적인 술게임을 소재로 한 곡이라는 점이다. 로제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여 한국적 정체성을 담았으면서도,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어필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K-팝의 정체성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음악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이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K-팝 전체의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BTS가 2021년 “Dynamite”로 동일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수상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할 때, 로제의 이번 수상은 K-팝이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졌음을 보여준다.
로제는 수상 소감에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며 “믿을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브루노 마스에게 정말 감사하다. 넌 나의 완전한 아이돌이자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협업 파트너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한 “며칠 전 누군가 제 삶의 두려움이 뭐냐고 물었는데, 12년 전 가수의 꿈을 키우던 열여섯의 나 자신을 실망시킬까 두려웠다”며 “이 상을 16살의 나에게 바친다”고 말해 깊은 감동을 안겼다.
특히 로제는 자신의 치료사가 해준 조언을 인용하며 “가장 힘든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항상 기억하세요, 당신에게는 당신이 있다”고 말해 자신뿐만 아니라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로제뿐만 아니라 K-팝 전체가 빛났다. 블랙핑크는 “올해의 그룹” 상을 수상했고, 같은 그룹 멤버인 리사는 통산 3번째 “올해의 K-팝” 상을 받으며 K-팝 부문에서 가장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또한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도 “올해의 푸시 퍼포먼스” 상을 수상하는 등 K-팝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보여줬다.
로제의 이번 수상은 단순히 개인적 영광을 넘어 K-팝이 서구 중심의 음악 시장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보편적 호소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사례다. 앞으로 더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