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월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평균 성장률(3%대 초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KDI는 건설투자 극심한 부진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크게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8.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고금리 시기 건설수주 부진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 안전사고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내수 회복세에도 수출 부진 장기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민간소비는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정부의 소비부양책과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 힘입어 1.8%의 양호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출 부문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2025년 수출 증가율은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이 한국 수출에 상당한 하방 위험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회복 전망에도 잠재성장률 하락 우려
KDI는 2026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1.6% 성장률이 한국의 현재 잠재성장률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체질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성 증가율 둔화, 투자 부진 등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일부 업종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위축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 시장 역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5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1만 명 수준으로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고용 창출 능력이 현저히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리 정책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0~2.25% 수준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성장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며, 달러 약세 요인과 국내 경제 부진으로 인한 원화 약세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당분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구조적 개혁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친환경 산업 육성, 서비스업 혁신 등을 통해 경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