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수출 6,838억 달러 역대 최대…무역수지 518억 달러 흑자
2024년 한국의 수출이 6,838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8.9% 증가한 6,838억 달러로 2022년 683억 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518억 달러 흑자를 달성하며 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주력 산업의 동반 성장
2024년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동반 성장이 있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AI 붐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에 힘입어 전년 대비 28.4% 증가한 1,3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수출 역사상 최고 기록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2%에 달했다.
자동차 수출도 67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2%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함께 중동,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함께 부품업체들의 수출도 동반 증가했다.
석유화학 분야는 4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조선 수주 호조에 따른 조선 수출도 214억 달러로 12.4% 증가했다. 특히 K-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크게 늘어났다.
지역별 수출 다변화 성과
2024년에는 수출 지역의 다변화도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1,567억 달러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으며, 미국 수출도 1,094억 달러로 4.7%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도, 베트남, 폴란드 등 신흥 시장에서의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인도에 대한 수출은 2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2% 급증했으며, 베트남은 187억 달러로 11.8%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입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 시장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 대상국 다변화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K-브랜드의 글로벌 확산
2024년 수출 호조에는 K-브랜드의 글로벌 확산도 크게 기여했다. 한류 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K-뷰티, K-푸드, K-패션 등 소비재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화장품 수출은 8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3% 증가했으며, 가공식품 수출도 91억 달러로 22.1% 급증했다.
특히 김치, 라면, 고추장 등 전통 한식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K-푸드 수출이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K-팝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들의 수출도 동반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하드웨어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K-브랜드의 글로벌 확산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정”이라며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와 브랜드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입 동향과 무역수지
2024년 수입은 6,3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함께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원유 수입은 1,2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으며, 천연가스 수입도 367억 달러로 8.1% 줄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관련 장비와 부품 수입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74억 달러, 2023년 189억 달러에 이어 3년 연속 흑자이며, 흑자 규모는 2022년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12월 단월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경상수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있어 2025년에도 수출 호조가 지속될지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2025년 전망과 과제
2025년 한국 수출은 여러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예상되는 무역정책 변화,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그리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이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재연 가능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가 한국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에도 7,0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함께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에서의 수출 확대와 함께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무역 확산에 대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원과 K-서비스 수출 활성화에도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