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9월 8일 KOSPI는 0.45% 상승하며 3,220선에 근접했고,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자산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 모멘텀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2.5% 유지로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 견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8일 기준금리를 현행 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5월 29일 3.0%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약 3개월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률 둔화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신중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2025년 금리 정책의 전환점은 지난 5월에 찾을 수 있다. 2024년 중반까지 3%대를 오가던 기준금리가 2025년 초부터 완연한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한은은 정책 유연성 회복에 나섰다. 특히 2025년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로 시장 전망을 하회하며 실물경제 회복세가 기대보다 미진하다는 점이 금리 인하 결정에 결정적 근거를 제공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이 2025년 초부터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물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 전환이 필요했다”며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급격한 금리 인하보다는 점진적 접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연내 2-3차례 추가 인하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KOSPI 3220선 돌파 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견인
9월 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0.45% 상승하며 3,220선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 달 대비 0.22% 상승한 수준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속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아시아 전체 증시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글로벌 금융 완화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KOSPI의 상승 동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지난 2개월간 박스권 등락을 반복해온 만큼, 3,220선 돌파 여부가 향후 상승 추세 지속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주력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제 둔화, 미중 무역갈등 재연 가능성 등은 여전히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9월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기술주와 금융주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부동산 시장, 금리 인하와 공급 부족의 이중 동력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2025년 하반기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우려와 전세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매매 시장 활성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5년 상반기를 주택 구매의 적기로 평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2-3차례 추가 인하될 경우, 서울 아파트의 2026-2027년 입주 물량 부족과 전세 가격 상승, 환율 상승에 따른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결합해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점진적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프리미엄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는 제한적 공급으로 인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물류 시장의 경우 2025년 공급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과공급 우려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소매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태원 KB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부동산 시장의 거래 심리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급격한 가격 상승보다는 거래량 회복이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별·유형별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 모두에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2025년 하반기 국내 자산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 공급 확대와 투자 심리 개선을 통해 자산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