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대한 HBM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엔비디아는 올해 필요한 물량을 모두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설령 올해 HBM 납품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엔비디아로부터의 매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선두 벤더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며 AI 반도체 붐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HBM은 AI 칩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특히 엔비디아의 GPU와 결합되어 Chat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HBM 시장이 올해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2나노 공정으로 반격 준비
삼성전자는 HBM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공정 기술을 적용한 2나노 제품인 엑시노스 2600 개발을 파운드리 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해 진행 중이다.
엑시노스 2600은 2026년 상반기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또한 최근 테슬라로부터 165억 달러 규모의 첨단 공정 주문을 확보하며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8월 출시된 새로운 폴더블폰에 AI 성능이 강화된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며 모바일 AI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에서의 뒤처짐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중국 시장서는 호황
대중국 사업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양사의 중국 반도체 판매 및 생산 자회사들은 작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2023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반적으로는 대만에 뒤처지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종합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RAM과 NAND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함께 파운드리 운영을 계속하며, CIS(이미지센서) 사업부를 AI 메모리 부문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AI 시대에 맞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성과는 회사별로 상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어, 향후 기술력과 고객 확보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