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56조원…잠재부실 2.6조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가 5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 중 2.6조원 규모의 잠재부실 가능성을 지적하며, 오피스 중심의 맞춤형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

금융감독원이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이 5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상당한 증가폭을 보인 것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투자 확대 추세를 반영한다.

투자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과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미국 부동산 시장의 매력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확산과 상업용 부동산 수요 감소로 인해 투자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다. 특히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 증가와 임대료 하락이 투자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잠재부실 규모와 원인

금감원은 전체 투자 규모 중 약 2.6조원이 잠재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투자액의 약 4.6%에 해당하는 규모다. 잠재부실의 주요 원인으로는 오피스와 복합시설 중심의 투자가 지목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은 전 세계 오피스 부동산 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들의 오피스 공간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공실률이 급증하고, 임대료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오피스 빌딩의 가치 평가가 대폭 하향 조정되고 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대도시 중심가의 오피스 빌딩들이 팬데믹 이전 대비 30-50% 가량 가치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

지역별 부동산 가격 동향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2022년 155.0에서 2023년 121.5로 크게 하락했다가, 2024년 말 127.3까지 소폭 회복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유럽의 부동산 가격지수는 129.6에서 100.0까지 떨어진 뒤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경제 성장 둔화와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대응 방안

금감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오피스 자산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감정평가의 최신화와 손실인식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많은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자산의 평가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인 평가를 통해 잠재 손실을 조기에 인식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회사들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리스크 분산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융업계의 대응

국내 금융업계는 금감원의 지적을 수용하면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규제 강화와 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해외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에는 투자 지역과 자산 유형의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오피스 중심에서 벗어나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시설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이미 투자 전략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신규 오피스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투자 자산의 매각을 검토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 부동산의 경우 구조적 변화로 인해 과거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보다 신중한 투자 접근법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실사와 리스크 분석을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해외 투자에 대한 감독과 지원을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건전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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