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이 자체 AI 소프트웨어를 독립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반 스마트 안경용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었다. 이는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AR/VR 기기가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퀄컴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확장현실(XR) 행사 ‘AWE 2025’에서 스마트 안경용 초저전력 칩 ‘스냅드래곤 AR1+ Gen 1’을 공개했다. 이 프로세서는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안경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온글라스(on-glass) AI’ 기술을 탑재해 실시간 번역, 객체 인식, 음성 인식 등 다양한 AI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프로세서가 기존 VR 헤드셋과 달리 일반 안경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도록 초소형화와 저전력 최적화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스마트 글래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배터리 수명과 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시제품들은 기존 VR 헤드셋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하루 종일 사용 가능한 배터리 성능을 보여줬다.
퀄컴의 이번 발표는 애플,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AR/VR 시장에서 핵심 반도체 공급업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애플이 비전 프로를 통해 공간 컴퓨팅 시대를 선언한 가운데, 퀄컴은 보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접근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으로 음성 및 제스처 인터페이스가 고도화되면서, 기존의 터치스크린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스마트 안경들은 단순히 정보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번역, 네비게이션, AR 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AR/VR 시장이 2025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해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스마트 안경 형태의 경량 AR 기기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거운 헤드셋 방식의 VR 기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스마트 안경 형태가 대중적 수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안경용 디스플레이와 센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LG전자도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OLED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센서 기술이 스마트 안경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퀄컴의 온디바이스 AI 프로세서 공개는 스마트 안경이 개념 제품에서 실제 상용 제품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향후 2-3년 내에 스마트 안경이 스마트워치처럼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Trendy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