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또 한 번 K-pop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발매된 그들의 세 번째 미니앨범 ‘bomb’이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전작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오리콘이 6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일릿의 ‘bomb’은 6월 16일부터 22일까지의 집계에서 ‘주간 합산 앨범 랭킹’과 ‘주간 앨범 판매 랭킹’ 모두에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간 합산 앨범 랭킹은 CD 판매량, 디지털 다운로드, 스트리밍을 종합한 지표로, 일본 내 전반적인 음악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중요한 차트다.
이번 성과는 아일릿의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성장을 보여준다. 두 번째 미니앨범 ‘I’LL LIKE YOU’의 차트 성과를 훨씬 뛰어넘으며, 신인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의 성공은 오리콘에만 그치지 않는다. 빌보드 재팬에서도 ‘bomb’은 ‘톱 앨범 세일즈’ 차트 2위, ‘핫 앨범’ 차트 3위를 기록했다. 타이틀곡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도 ‘핫 샷 송즈’ 차트에서 3위에 데뷔하며 강력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실적을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도 아일릿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bomb’은 발매 직후 일주일간 40만 장 이상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며 한터차트와 써클차트 주간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작 대비 상당한 성장을 의미하며, 아일릿이 단순한 일회성 히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인기를 구축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타이틀곡 ‘빌려온 고양이’의 매력도 주목할 만하다.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독특한 컨셉과 중독성 강한 멜로디, 세련된 안무가 조화를 이루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고양이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안무는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일으키며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아일릿은 최근 KBS 2TV ‘뮤직뱅크’에서 ‘빌려온 고양이’로 첫 1위를 차지하며 음악방송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멤버들은 수상 소감에서 “글릿(팬덤명) 여러분의 응원 덕분”이라며 팬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고, 공약으로 고양이 수염을 그리겠다는 귀여운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데뷔 때부터 예고되었다. 2024년 3월 데뷔곡 ‘Magnetic’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과 영국 공식 싱글 차트에 동시 진입한 최초의 K-pop 데뷔곡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스포티파이에서 5억 스트리밍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도 275일로 K-pop 데뷔곡 중 최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아일릿의 글로벌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2월에 발매한 일본 영화 주제가 ‘아몬드 초콜릿’은 입소문을 타고 일본 차트에서 재상승하며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오리콘 주간 스트리밍 랭킹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K-pop 걸그룹 곡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아일릿의 성장 배경에는 치밀한 전략과 독창적인 콘텐츠가 있다. 이들은 기존 K-pop의 틀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해나가고 있으며, 특히 Z세대의 감성을 정확히 짚어내는 콘텐츠로 젊은 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아일릿은 꾸준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 앨범 ‘SUPER REAL ME’에서 자아 발견을, 두 번째 앨범 ‘I’LL LIKE YOU’에서 설렘을 그렸다면, 이번 ‘bomb’에서는 ‘너’와의 관계 발전이라는 한 단계 진화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이러한 일관된 서사 구조는 팬들로 하여금 아일릿의 성장 과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성공은 특히 의미가 크다.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시장이자 K-pop의 주요 해외 거점 중 하나다. 아일릿이 데뷔 2년 차에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이들이 단순히 국내에서만 통하는 아이돌이 아닌, 진정한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아일릿은 6월 7일과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번째 팬콘서트 ‘2025 ILLIT GLITTER DAY IN SEOUL’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8월과 9월에는 일본 요코하마와 오사카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일릿의 성공을 “계산된 전략과 탄탄한 실력,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음악적 완성도와 동시에 한국적 정서를 놓치지 않는 밸런스가 이들만의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K-pop 업계에서 신인 그룹의 성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일릿의 연이은 성과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성장 궤적은 앞으로 K-pop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