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로제와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36주째 굳건한 인기를 이어가며 K팝 역사에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현지시간 27일 발표된 최신 차트에 따르면 아파트는 전주보다 두 단계 하락한 34위를 기록했지만,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차트에 머물며 장기 흥행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10월 처음 이 차트에 진입한 아파트는 최고 2위까지 올랐던 기록을 갖고 있다. 연말 시즌 캐럴들의 득세로 잠시 순위가 하락했지만, 올해 초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최고 순위를 경신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히트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 곡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아파트의 성공 배경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술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컨셉이 있다. 로제가 어릴 적 즐겨했던 아파트 게임을 소재로 만든 이 곡은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함께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아파트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많은 해외 팬들이 실제로 이 게임을 따라 하게 만드는 문화 전파 효과까지 가져왔다.
브루노 마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이 곡의 글로벌 어필을 극대화한 핵심 요소다. 그래미 어워드 15회 수상에 빛나는 브루노 마스의 참여는 곡의 완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서구 대중음악 시장에서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특히 브루노 마스가 한국어 가사를 직접 부르며 건배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부분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스포티파이에서도 아파트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발매 첫날 글로벌 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K팝 여성 솔로 가수로서는 전례 없는 스트리밍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로제는 이 곡으로 K팝 가수 최초로 월간 리스너 7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영향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국내에서도 아파트의 인기는 뜨겁다. 멜론 차트에서 발매 23시간 만에 1위를 달성했으며, 이용자 수 47만 명을 기록하며 2024년 최고 이용자 수 기록을 세웠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곡의 인기로 인해 40년 전 윤수일의 동명곡 아파트까지 역주행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음악 평론가들은 아파트의 성공을 단순한 K팝의 글로벌 진출을 넘어 문화적 융합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놀이 문화와 현대적인 팝 사운드의 결합, 동서양 아티스트 간의 자연스러운 협업은 앞으로 K팝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분석이다.
로제는 12월 발매 예정인 첫 솔로 정규앨범 로지의 선공개 곡으로 아파트를 선택했는데, 이는 매우 전략적인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아파트의 성공으로 구축된 글로벌 관심도를 바탕으로 정규앨범 역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