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Tether)의 스테이블코인 USDT가 볼리비아 소매점에서 급속히 확산되며 암호화폐의 일상적 결제 수단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중남미 국가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테더의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가 볼리비아 내 USDT의 광범위한 확산을 공식 발표했다. 현지 상점들에서는 초콜릿, 선글라스 등 일상용품 구매 시 USDT 결제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볼리비아의 경제적 불안정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소매업자들과 소비자들은 가치 변동성이 큰 자국 통화 대신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테더 CEO는 “볼리비아에서 USDT 결제가 급증하고 있다”며 “디지털 달러가 일상화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애플과 X(구 트위터) 등 주요 IT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우버(Uber)가 2년 만에 다시 암호화폐 결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우버는 비트코인보다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대신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는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법을 포함해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 업계에서는 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은행 로비단체와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금융 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기능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보수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말호트라 RBI 총재는 “암호화폐가 금융 안정성과 통화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중앙은행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정성에 시달리는 국가들에서 달러 페그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실생활 도입이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성숙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투기적 거래 중심에서 실용적 결제 수단으로의 전환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다만 규제 당국의 대응과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조화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이 기존 금융 질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볼리비아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이 경제적 불안정성을 겪는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