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일부 전망과는 달리 금리 인하를 보류한 것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급등 우려에 따른 신중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우려가 결정적 요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등세를 고려해 금리 정책에 신중함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6월 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전월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정부의 6월 대책 효과를 지켜본 후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3개월 내 추가 평가를 통해 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성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성 우선
한국은행의 이번 결정은 저성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 안정성을 우선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은 내수 회복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중장기적인 금융 안정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성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성급한 금리 조정보다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 추가 인하 기대감은 여전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채권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날 대비 하락하며 시장의 기대심리를 반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서 향후 3개월 내 정책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하반기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압박 지속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했으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대출자들이 체감하는 금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정책에 따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과 정책 과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회복 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우며, 재정정책과의 정책 조합을 통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2차 추경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재정 확장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로운 운용이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다음 금통위는 8월에 열릴 예정이며, 그때까지의 경제지표와 부동산 시장 동향이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