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최저임금 결정 앞두고 노사 갈등 심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0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팽팽한 대치를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현황

최저임금위원회는 지금까지 3차 회의를 진행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0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은 10,210원에서 10,44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위원회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한다.

경영계 입장: 동결 및 차등적용제 주장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2차 회의에서 “자영업자들의 전반적인 경영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음식숙박업 등 일부는 존폐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내년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불 능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세 위기로 수출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높은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회피하게 되고 주휴수당 문제로 쪼개기 알바가 성행하며 고용의 질 하락은 물론 일자리 자체마저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가 174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계 입장: 대폭 인상 요구

반면 노동계는 물가상승률과 생계비 증가를 근거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혼 노동자의 생계비는 월 264만원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며 “노사 모두 물가상승률과 생계비를 최우선 요소로 보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시급 8,220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실태를 담은 최저임금 위반 진정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며 “이들은 이동, 대기 시간에 대한 보상도 없고 각종 비용과 보험을 스스로 감당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동계는 또한 최저임금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미선 부위원장은 “최임위는 단지 숫자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헌법과 최저임금법 취지를 살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저임금이 평생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의 현실적 어려움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생존 기로에 몰리고 있으며, 직원을 줄이거나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사례가 일상이 되었다. 심각한 경우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계가 다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커피숍 사장은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 한 명 쓰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결국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혼자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영향률과 정책 효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최저임금 영향률은 13.7%로, 약 301만 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 영향률은 내년도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임금 인상이 필요한 근로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1988년 도입됐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우려와 소상공인 부담 증가 등 부작용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고민과 대응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비교와 향후 전망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2023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60.9%로,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나라마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노사 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경제 상황과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모두 고려한 균형잡힌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과 함께, 노사 간의 소통과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상공인과 취약근로자 모두의 생존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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