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 속 전력 수요 급증, 7월 역대 최고치 경신

지난 7일 최대전력수요가 93.4GW를 기록하며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여름 더위가 예년보다 심한 가운데 전력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한국의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최대전력수요가 93.4기가와트(GW)를 기록해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7월 최고치인 91.2GW보다 2.2GW 높은 수치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증가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급증세가 7월 초부터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본격적인 무더위철을 앞두고 벌써 기록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어 향후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 에어컨 가동률 급증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전국 평균기온이 33.2도를 기록했으며, 서울의 경우 35.1도까지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특히 대구는 37.8도, 안동은 38.2도를 기록하며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됐다.

이러한 극심한 더위로 인해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에어컨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전력공사 분석에 따르면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전력 소비가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34)는 “아침부터 밤까지 에어컨을 틀어놓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더위”라며 “전기요금이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전력 수급 비상체제 가동

이 같은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즉각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김용희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폭염 대응 범정부 지원본부 회의에서 “올여름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를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설정하고 종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예비 발전설비 확보와 함께 대형 설비 고장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예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8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발전소 정비 일정 조정과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 공급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5년간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 추세

최근 5년간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매년 기록적인 수치를 갱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85.4GW에서 시작해 2021년 88.2GW, 2022년 89.7GW, 2023년 91.8GW, 2024년 93.1GW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증가폭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함께 생활 패턴의 변화, 산업시설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모 연구위원은 “단순히 기온 상승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택근무 확산, 상업시설 증가,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시설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여름철 전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산업계 전력 사용 패턴 변화

가정용 전력 수요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전력 사용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24시간 가동되는 클린룸과 생산시설의 냉각 시스템이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자체 발전설비 확충과 함께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생산라인 특성상 냉각시스템을 중단할 수 없어 여름철 전력 비용이 급증한다”며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요금 인상 압박과 시민 부담

전력 수요 급증은 전력 요금 인상 압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전력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발전 비용 상승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요금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42)는 “작년 여름 전기요금이 평소의 2배 이상 나왔는데, 올해는 더위가 심해서 더 많이 나올 것 같다”며 “에어컨을 안 틀 수도 없고,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이번 전력 수요 급증 사태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에너지 효율성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경우 한여름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가 일치해 전력 수급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여름철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량이 최대가 되는 시점과 냉방 수요로 인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점이 겹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더욱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절전 참여 당부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절전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오후 2~5시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대에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적정 냉방온도 26도 유지,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 전원 차단, 엘리베이터 이용 자제 등 작은 실천만으로도 전력 수급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며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장기적 대응 방안 모색 시급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인 수급 대책을 넘어선 장기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력 공급 능력 확충과 함께 수요 관리,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인 서울대 김모 교수는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전력 수요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발전소 증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그리드 구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확대, 수요반응 프로그램 활성화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여름 폭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전력 수급 관리 능력과 국민들의 절전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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