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석권하며 K-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한국에서 초연된 창작뮤지컬이 브로드웨이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는 첫 번째 사례로, K-컬처의 영향력이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공연예술 분야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연출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은 올해 토니상 최다 수상작이 되었다.
특히 박천휴 작가가 윌 애런슨과 함께 받은 작사·작곡상은 한국인이 토니상 메인 부문에서 수상하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박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 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며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전통 브로드웨이를 융합한 멜팅팟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서울 대학로 300석 소극장에서 초연된 후 8년 만에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꿈을 이뤄냈다. 폐기 예정인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첨단 기술과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 현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브로드웨이 진출 과정도 화제다. 2016년 뉴욕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눈에 띄어 브로드웨이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11월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내년 1월까지 공연이 연장됐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신드롬에 이어 뮤지컬 분야에서도 K-컬처의 저력이 입증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브로드웨이 성공은 우리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9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문화예술계가 또 한 번의 특별한 순간을 맞이했다”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치하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한국 창작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 관계자는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작품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한국 창작뮤지컬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토니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로 돌아오는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