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돼지고기와 계란 등 주요 축산물 가격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미트플레이션(고기 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1%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식료품 가격 급등이 서민 가계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6월 축산 관측’에 따르면 이달 돼지고기 소매가격은 삼겹살 기준 100g당 1,380원으로 전월 대비 5.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무려 15.8% 오른 수치다.
계란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다. 6월 계란 산지가격은 특란 기준 30개들이 한 판당 7,920원으로 전월 대비 8.5%, 전년 동월 대비 22.3%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가 지속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물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사료비 상승과 질병 발생, 기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지속된 AI 발생으로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여름철 더위까지 겹치면서 공급 차질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AI 발생 농가에 대한 신속한 방역 조치와 함께 사료비 지원 등을 통해 가격 안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기간 내 가격 안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할인 판매와 비축물량 방출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축산물 가격 상승이 저소득층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돼지고기와 계란 가격 상승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며 구매를 줄이거나 대체재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식업계는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영세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정호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AI 등 질병 예방 시스템 강화와 사료비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축산물 가격 급등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