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75원 돌파, 미중 합의 속 ‘강달러’ 현상이 韓경제에 미치는 영향

원·달러 환율이 1375원을 돌파하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기업과 수입업체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합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미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7원 급등한 1375.0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던 1360원대에서 벗어나 2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미중 무역협상 진전 소식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이틀 연속 상승하며 1370원대 중반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 상승의 직접적 배경은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진행된 미중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다. 양국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 합의를 이행할 구체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보다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견고한 경제 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양호한 결과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유입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에 양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기업들에게는 가격 경쟁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수출산업에서는 달러 표시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조선해양 등 수출 대형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은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정유업체와 전력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화학업계도 마진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도 수입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체감 물가 상승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해 신중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대외 불확실성 증가와 환율 급변동 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수준의 환율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적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1370-1380원 구간에서 환율이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후속 조치와 미국의 경제지표, 그리고 Fed의 통화정책 방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환율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Trend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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