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런던에서 진행된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기본 합의에 도달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 코스피 지수는 3년 반 만에 2900선을 돌파하며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보여줬다. 이는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 무역 긴장 완화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큰 폭 상승하며 2900선을 넘어섰다. 이는 2021년 말 이후 약 3년 반 만의 최고치로,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24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삼성전자도 강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번 미중 무역협상 합의의 핵심은 희토류와 반도체 분야의 상호 수출 통제 완화다. 중국이 IT, 자동차, 항공,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동안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했던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는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그동안 미중 기술 분쟁으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았던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기업들이 다시 중국 시장에서 활동할 여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관련 주가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지속됐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600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투자가들도 2000억원 이상을 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코리아 컴백’ 현상이 미중 무역 합의라는 글로벌 호재와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환율은 달러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375원을 돌파하며 상승했다. 미중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외국인의 지속적인 국내 주식 매수세가 환율 상승폭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미중 합의가 단기적 호재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희토류 등 핵심 전략 물자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산업의 투자 확대와 기술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합의는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로 위축됐던 글로벌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서 양국 모두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Trendy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