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10대 남매가 사망하고 이들의 어머니까지 숨지는 참혹한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대구경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대구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대 남매 2명이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으로 사망하고, 40대 어머니도 대피 과정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하던 중 방화 가능성을 발견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들을 국과수에 의뢰해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며, 주변 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번 화재는 오후 3시경 해당 아파트 15층에서 시작됐으며, 순식간에 연기가 건물 전체로 퍼지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집 안에 고립된 남매를 구하기에는 늦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화재 안전 관리 실태 재점검 필요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화재 사고가 빈발하면서 주거 시설의 화재 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거용 건물 화재 발생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대피 경로가 제한적이고 연기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와 대피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건축학회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의 경우 최신 화재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전국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 안전사고도 잇따라
화재 사고와 함께 산업 현장에서도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지게차 결박' 사고를 비롯해 건설 현장과 제조업체에서의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산업 현장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엄단하겠다"며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8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50일간 전국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과 안전 관리 실태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지자체, 공공기관과 합동으로 안전 관리가 미흡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작업 중단 명령과 함께 관련자를 사법 처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회 안전망 구축과 예방 체계 강화
전문가들은 개별 사고 대응을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전 문화 정착과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사회안전연구원 김모 연구위원은 "화재나 산업재해 같은 안전사고는 개인의 부주의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법과 제도 정비뿐만 아니라 안전 교육과 인식 개선을 통한 예방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구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전국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산업 안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안전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대구경찰은 이번 화재 사건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 증거 수집과 수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